교수의 서재

문명이 탄생한 이래로 도시는 성장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증가했고 도시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현재에도 100%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이라는 주제의 뉴스와 다큐, 토론, 교육용 프로그램이 눈에 많이 띈다. 20~30대가 몰리는 지역의 인구는 증가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어떤 도시의 인구는 감소해 도시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데이비드 커틀러의 『도시의 생존』을 보면 도시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하버드대학교 도시경제학자 글레이저는 15년 전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의 흥망성쇠를 다뤘다. 13년이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한창일 때 글레이저 교수는 보건경제학자 커틀러 교수와 도시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두 교수에 따르면 20세기 도시의 쇠퇴는 대부분 경제적인 요인이 원인이었다. 산업도시로 유명했던 도시들의 쇠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도시재생의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의 뉴캐슬시도 대표적인 쇠퇴된 도시로 알려졌었다. 25년 전에 개봉된 <브래스트 오프>는 탄광도시였던 뉴캐슬의 어려운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의 도시쇠퇴는 도시의 밀집성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흑사병과 콜레라,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도시에서 밀집해서 살았던 도시민들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도시민들의 접촉과 대면 교류가 도시민과 도시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이 책의 두 저자는 주장한다. 

도시의 밀집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다양한 산업과 문화를 발생, 유지, 또는 확산시킴으로써 도시민의 경제적 생존과 풍요, 도시의 역동성과 성장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한 밀집된 도시지역에서는 교류와 연대를 통해 서로를 돌보고, 서로가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소통과 교류를 통해 공유하고, 공유된 이야기는 집단행동을 통해 중앙이나 지방정부로 전달돼 해결해야 할 주요 안건으로 선정돼 공식 의제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거시적이거나 공식적인 문제나 쟁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밀집에 의한 대면 교류는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작동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봉쇄조치나 거리두기 등으로 우리는 친구, 이웃이나 친지, 동료, 심지어 가족 간에 대면 교류를 하지 못했다. 두 저자는 대면 교류의 부재로 인해 우리는 고립감을 느끼고,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해 사회적 유대감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두 저자의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지만, 친구를 만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기쁨이 사라졌다고 한다. 대면 교류를 통한 소통이 주는 장점은 뉴욕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리넨버그의 『Palaces for the People』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녀의 등교를 돕기 위해 종종 만나게 되는 부모들은 특정 공간에서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된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등 특정한 사회공간에서의 대화는 정보공유나 유대감과 호혜성의 형성 등을 통해 공중보건, 재난대응, 돌봄과 복지 등 도시정부의 다양한 정책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는 많이 발생하지만 길었던 전염병은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대면 수업과 시끌벅적한 캠퍼스가 반갑기만 하다. 학생들의 미소만 보더라도 두 책의 저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대면 수업이 주는 장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대면 교류는 정보의 교류, 의견의 공유, 사회 유대와 연대뿐만 아니라 도시정부의 정책 등에 영향을 준다. 강의와 동아리, 다양한 학과 및 학교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도서관과 문화센터, 주민회관, 영화관이나 카페 등을 통해 학교 구성원이나 지역주민 간에 풍성한 소통과 교류가 있기를 바란다.


제목| 도시의 생존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데이비드 커틀러
출판| 한국경제신문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331.470942 글797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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