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기 독자위원회_ 제784호를 읽고

이번호 서울시립대신문의 레이아웃은 진부하다. 내용이 각기 다른 기사의 지면 디자인이 모두 똑같다. 기사의 오른쪽 상단에 사진이나 시각자료가 들어가고, 그럴듯한 일러스트가 지면 주변에 한두 개 배치된다. 독자들은 지금 당장 784호 지면을 열어보시라. 보도면을 제외한 5면, 6면, 7면, 8면의 기사 7개가 모두 똑같은 지면 디자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784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학기 발간된 신문의 지면 대부분이 비슷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이번 학기 신문 레이아웃의 아쉬운 점을 세 가지 정도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텍스트와 사진, 도표의 배치가 보수적이다. 글이 주인공이 되고 사진과 시각자료는 주인공을 돕는 조연이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사진과 시각자료에 대한 취급은 조연도 아니고 지나가는 ‘엑스트라 1’ 정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둘째, 기사 속에 삽입되는 일러스트와 삽화가 진부하다. 마치 조별과제를 위한 PPT 자료를 만들 때 실속 없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별 의미 없는 픽토그램을 왕창 다운받아서 슬라이드에 집어넣은 느낌이 든다. 주제와 잘 맞는 일러스트의 경우 기사에 꼭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기자의 판단으로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셋째, 컨셉이 비슷하다. 온라인이나 SNS상의 이슈를 다루는 기사는 대부분 특정 SNS의 UI를 모방한 레이아웃을 사용하고 있다. 명확하게 떠오르는 디자인 컨셉이 없는 기사의 경우 보기에 예쁜 글꼴을 제목에 사용하고 배경에 색깔을 넣는다. 서울시립대신문의 지면을 열 때마다 기시감이 드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레이아웃 구성은 본래 기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 중 하나이다. 자신의 기사가 독자들에게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사진과 글을 배치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 인쇄를 위한 지면 디자인 작업이 있는 날에는, 으레 레이아웃과 관련해 담당 디자이너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립대신문 기자 중 어느 누구도 레이아웃에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만약 그런 기자가 존재한다면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

기자들의 레이아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생긴 빈자리는 결국 레이아웃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디자이너들이 채우게 된다. 많아야 세 분 정도 되는 디자이너들께서 격주로 레이아웃을 디자인하다 보면 당연하게도 비슷비슷한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도 결국 기자가 레이아웃에 신경을 덜 쏟고 있어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아웃 구성 작업을 귀찮은 일이 아닌, 내 기사의 매력을 사람들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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