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광화문 앞 월대 발굴 현장이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예상치 못한 발굴도 있었다. 월대 유구 바로 위 전차 선로의 발견이다. 일제강점기 1923년에 설치되고 1966년까지 사용됐던 이 선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현재는 전차 선로를 철거하고 월대를 복원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흘러간 분위기다. 특히 과거부터 서울시는 월대를 복원시켜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공간인 공화문 광장의 재구조화 사업과 연계해 과거와 현재를 잇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과연 봉건시대의 상징인 조선시대 월대를 어떻게 민주주의와 시민의 공간이라는 광화문 광장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인가. 지난 2019년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서울대 배정한 교수는 “월대와 해태상을 세우고 역사광장으로 세우는 것이 민주·시민광장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심층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순히 역사성을 회복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시민들의 교통을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1868년 지어진 월대를 무리하게 복원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든다.

 한편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며 선로를 보존하자는 입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꼭 ‘아픈 역사’로만 바라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선로는 근대 교통수단의 탄생으로 인한 도시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또 해방 후 20년이 지난 시점까지 서울시민의 발로 기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리하자면 월대 앞 전차 선로는 근대교통 수단의 도입과 그로 인한 전통적 공간의 훼철 그리고 시민들의 발까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민족정기’ 회복이라는 이유로 ‘역사성’ 고찰 없이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왜 조선시대만이 역사가 돼야 하는가. 광화문 앞이 육조거리였다는 점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다. 하지만 왜 거기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게 됐는지, 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미대사관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일제강점기 경성중앙전신국과 KT사옥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역사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진정한 역사성의 회복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대 한국까지 여러 역사가 포개져 있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월대 복원이 전차 선로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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