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대 속으로’는 현재 화제가 되는 사회 문화 현상 이전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귀에 꽂힌 갖가지 형태의 이어폰. 패션 아이템으로도 여겨지는 여러 종류의 유선 이어폰부터 블루투스 이어폰, 헤드폰은 21세기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됐다. 지난해부터 유튜브에서는 행인들에게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라고 묻는 콘텐츠가 유행 중이다. 

호의와 관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현시대, 여러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확인하며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듣는 노래는 그 사람의 고유한 취향과 감정을 나타내는 소중한 수단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감상하며 행복에 젖고 인터넷을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 이어폰과 음악 플랫폼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들어왔을까.
 

▲ 좋아하는 노래를 가득 구워낸 CD
▲ 좋아하는 노래를 가득 구워낸 CD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 음악을 담던 기기로는 MP3, MP4 등이 있다. 컴퓨터에 다운로드받은 노래 파일을 기기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는 인내가 필요했다. 더 오래전으로 시간을 되감아 보자. 다들 CD를 굽던 시절이 있었다. 컴퓨터의 본체나 노트북에는 CD를 삽입할 수 있는 CD롬 드라이브가 있었다. 꾹 누르면 튀어나오는 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CD를 삽입하고 원하는 노래를 담는 과정을 ‘굽기’라고 부른다. 

발매된 정식 앨범처럼 목록이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지금처럼 저작권 의식이 높았던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구운 CD’는 개인의 취향이 듬뿍 담겨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운 CD를 카세트나 자동차의 CD 플레이어에 삽입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소니가 출시한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워크맨을 시초로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포함한 음악 플레이어의 역사는 빠르게 발전해 왔다.
 

▲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의 주인공, 줄이어폰
▲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의 주인공, 줄이어폰

이제 거리에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든 기기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음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음악 스트리밍 앱, 그를 담은 스마트폰, 다양한 형태의 이어폰이 발전했다. 이제 대중은 약간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세상의 모든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지는 소비자들의 선택 사항이라기보다 당연한 기본 조건이다. 고심해 고른 몇 곡을 구워 플레이어에 넣어야만 작동하던 CD에서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스마트폰 속 음악 앱을 만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CD는 굳이 구매하지 않는 이상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컴퓨터와 자동차에서 CD의 자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당연하지 않아서 더 애타고 짜릿했던 순간들이 있다. 당신에게는 한정된 저장공간에 좋아하는 노래를 고민하며 눌러 담던 CD의 추억이 있는가.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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