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매일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이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가 없는 ‘미소’.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대학을 자퇴했고, 현재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밀린 월세와 약값에 써야 할 돈만으로도 수당은 넉넉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위스키와 담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새해가 되자 많은 것이 변했다. 집세, 담배, 위스키···. 물가는 올랐지만, 미소의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미소는 ‘집’을 포기한다. 한순간에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그는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대학생 시절 같은 밴드부를 했던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간다.

밴드부 베이스의 문영, 키보드를 쳤던 현정, 드럼을 맡았던 대용 등 흘러간 세월 속 친구들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시부모님과 한집에서 살며 시집살이하고, 벌써 이혼한 친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친구는 결혼해 아이를 낳은 ‘정미’. 집이 넓은 탓에 미소도 며칠 동안 머물렀지만, 언제까지고 가족끼리 사는 집에서 살 수는 없었다. 

막바지에 정미는 말한다. “술이랑 담배 못 끊어서 집까지 팔아버린 거 솔직히 한심해.” 위스키와 담뱃값뿐만 아니라 행복한 순간을 함께했던 친구도 변해버렸다. 설상가상 한솔이도 미소에게 갑작스러운 통보를 내린다. 헌혈해서 받은 영화표로 영화를 보고, 비싼 식당도 가지 못하는 현실이 그는 싫었다. ‘남들다운 인생’을 원했기에 돈을 벌러 타국으로 떠났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번 돈으로 신혼집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담배랑 위스키를 포기하지 못해 집을 팔아버린 미소에게 걱정을 빙자한 무례한 조언을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까. 아니면 현실에 순응하며 살까.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사회의 ‘기준’을 미소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미소는 그저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갔다. 그의 떠돌이 생활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 사람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이렇게 살아도 뭐 어때. 이게 내가 좋아하는 삶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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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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