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이 대사를 듣자마자 익숙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지 않는가. 지난 2014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다. 청춘들에게 공감되는 대사와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이면에는 ‘웹툰’이 있었다. 최근 방영한 [경이로운 소문]과 [지금 우리 학교는]도 웹툰의 영상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이외에도 웹툰 업계는 OST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외 팬들을 모두 휘어잡을 수 있었던 K-웹툰의 매력을 알아보자.
 

▲ 웹툰에 나오는 캐릭터들 (출처: 네이버 웹툰 ‘생존로그’)
▲ 웹툰에 나오는 캐릭터들 (출처: 네이버 웹툰 ‘생존로그’)

웹툰의 이모저모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약 1조 5660억원 규모다. 이는 2020년에 비해 48.6% 상승하고, 웹툰 산업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7년의 매출액 3799억원에 비해 약 4.1배 증가한 것으로 K-웹툰의 빠른 성장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해 네이버 웹툰에 의하면 전체 이용자 8560만명 중 77%가 해외 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정식 연재 웹툰의 52%가 해외에 수출된 가운데 네이버 웹툰은 전 세계 약 10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웹툰은 일상과 직장, 판타지 등 다양한 소재와 폭넓은 장르의 구축과 웹툰의 플랫폼화를 정착시킨 덕분에 글로벌 디지털 코믹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수월했다.

K-웹툰이 흥행하도록 한 특성은 무엇일까. 작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 작화와 스토리가 주요요인으로 대두된다. 평소 조석 작가의 웹툰을 좋아하는 나인해(국사 22) 씨는 ‘조석 유니버스’에 푹 빠져있다. 조석 유니버스는 조석 작가의 웹툰 간 세계관이 연결돼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댓글에는 “이거 다른 작품의 주인공이랑 연관된 장면 맞죠?”와 “조석 유니버스 어디까지 이어지나”처럼 추론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웹툰에 어울리는 BGM과 작가만의 특별함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움직이는 효과를 넣거나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삽입해 생동감을 높이는 웹툰도 증가했다. 스릴러 웹툰인 ‘옥수역 귀신’은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에 3D 효과를 넣어 일명 ‘갑툭튀’를 표현해 공포감을 조성했고 로맨스 웹툰 ‘바른 연애 길잡이’는 주인공이 손을 잡을 때 설레는 느낌의 배경음악을 활용해 독자들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지난 2020년 가수 이승철과 배우 박보검이 참여해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한 웹툰 ‘달빛조각사’의 사례처럼 웹툰 업계와 가요계 간의 협업도 시작됐다.

작가들이 웹툰 속에서 흘러나오는 OST에 공을 들이면서 노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정국이 직접 노래를 부른 ‘세븐 페이츠’의 OST ‘Stay Alive’는 미국 빌보드 HOT 100에 진입했으며 아이튠스 109국 1위를 달성했다. 웹툰 OST는 충성도 높은 웹툰 독자와 가수의 팬덤도 음원 수요자로 확보할 수 있다. 이에 작가나 웹툰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OST를 만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시체기사군터’는 작가가 직접 웹툰을 위해 ‘필멸가’를 만들었고 ‘외모지상주의’는 웹툰에 노래를 삽입하기 위해 회사에서 직접 OST를 제작한다.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웹툰은 더 높은 순위를 얻기 위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며 “K-웹툰은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요건을 가지고 있다”며 K-웹툰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웹툰에서 개성있는 영상 제작까지

K-웹툰의 성공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이미 검증된 웹툰을 바탕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실패율이 낮다”고 역설했다. 지난 2021년 tvN에서 방영된 [유미의 세포들]은 전문가와 대중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원작 주인공의 특징을 살려 캐스팅한 배우부터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세포 캐릭터들까지 원작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한편 제작사에서 원작의 영상화 판권을 구입해 각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TVING에서 방영된 [방과후 전쟁활동]은 원작 작품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기대 이하라는 반응을 얻었다. 웹툰 독자 A(24) 씨는 “줄거리 자체가 변해 원작을 볼 때만큼의 감동이 없었다”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부족한 효과로 원작의 위압감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괴리는 작가와 제작사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평론가는 “원작을 보지 않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에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다”며 “원작 작가와 협의가 부족해 독자들의 기대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기대되는 K-웹툰의 미래

K-웹툰은 K-팝에 이어 새롭게 한류를 이끌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K-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상물의 원작도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합병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북미 웹툰 매출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 부문에서는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기획·발굴하고 이를 북미·태국·대만·인도네시아 등 해외 지역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K-웹툰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웹툰을 활용한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K-웹툰의 규모가 커짐으로써 작가에 대한 정당한 대우도 중요해졌다. 웹툰 생태계가 넓어져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는 작가의 부담을 증가시켰다. 웹툰 작가 이노는 “웹툰 시장의 발전은 좋지만 자본 유입 과열로 작가들이 삶의 균형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웹툰 업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상업성과 독립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업적인 장르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독립시장과 아마추어가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소연 수습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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