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대 속으로’는 현재 화제가 되는 사회 문화 현상 이전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대부분 매장에서는 NFC 기능과 IC칩이 탑재된 카드 덕분에 한 번의 접촉이나 꽂는 것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카드로 결제할 때면 “카드 긁었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이제 카드를 긁지 않는데 왜 아직도 카드를 긁는다고 말할까?

초기 카드를 생각해 보자. 카드는 원래 카드번호와 성명, 유효기간 등 결제에 필요한 개인정보가 양각으로 도출돼있었다. 그렇기에 결제할 때면 우리는 카드 위에 종이를 얹어 볼펜이나 동전 등을 사용해 종이에 개인정보가 새겨질 수 있도록 했다. 말 그대로 카드를 긁어 개인정보가 포함된 결제 전표를 만든 것이다. 바로 여기서 ‘카드를 긁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카드
▲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카드

그러나 카드 사용이 늘며 일일이 긁는 것에 불편 사항이 늘어나자 ‘압인기’가 발명돼 카드 위에 종이를 두고 누르기만 하면 전표에 개인정보를 새길 수 있게 됐다. 압인기 도입 이후 가맹점들은 더욱 수월하게 매출전표를 모아 은행과 세무서에 소득을 알릴 수 있었다.

카드의 발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카드 사용이 활발해지자 결제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카드사는 마그네틱 선이 부착된 카드를 발명해냈다. 직접 종이 위에 정보를 새기지 않아도 단말기에 마그네틱 선을 긁으면 결제가 이뤄졌다. 다시 카드를 긁는다는 개념이 적용됐다. 

가맹점 주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키오스크 등의 기기도 생겨나며 카드를 긁는다는 개념이 더 보편화됐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했다. 카드 뒤편에 부착된 마그네틱 선은 자성을 활용한 기능이기에 마그네틱 선이 손상되면 결제가 불가했다. 그래서 손상으로부터 더 안전하고 불법 복제 보안성까지 지닌 IC칩을 사용한 카드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마그네틱 선과 마찬가지로 칩 하나에 우리의 모든 정보가 주입돼있고, 카드를 단말기에 꽂는 것만으로 빠르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긁는 방식은 대부분 사라졌고 꽂아서 결제하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그래서 개인정보가 양각으로 도출된 카드는 대부분 사라졌고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형태로 디자인된 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앞서 말했듯 NFC 기능과 IC칩을 사용한 카드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속에는 여전히 카드를 긁는다는 말이 쓰이고 있다. 시대 속으로 들어가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말들의 흥미로운 어원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이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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