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유명 아이돌의 노래가 들린다.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한 노래일수록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기 아이돌의 옷, 헤어스타일,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이 대중에게 주목받으며 유행이 된다. 오직 하이라이트만이 연출되는 산업, 유행의 선도 주자에는 ‘아이돌’이 있다. 
 

▲ 최근 빌보드를 뒤흔든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피프티 피프티(출처: 연합뉴스)
▲ 최근 빌보드를 뒤흔든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피프티 피프티(출처: 연합뉴스)

아이돌을 동경하는 이유는

지난해 8월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는 우리나라에 ‘뉴진스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튀는 염색과 화려한 스타일링을 했던 기존 아이돌과 달리 뉴진스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검은 긴 생머리로 청량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의상 역시 2000년대 감성을 지닌 ‘Y2K’ 스타일을 강조해 신선함을 줬다. 뉴진스의 모든 스타일링이 유행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목이 쏠렸다. 

미디어의 발달은 아이돌의 인기에 영향을 줬다. 과거 아이돌은 TV를 주 영역으로 활동했다면, 요즘은 유튜브나 틱톡 등 각종 SNS에서도 왕성히 활동하며 소비자에게 닿는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보여주기’가 극대화됐다. 누군가의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의 사전적 의미처럼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완벽한 모습만을 조명한다. 잘 다듬어진 모습은 발달한 매체를 통해 간단하고 빠르게 전파된다. 유튜브 숏츠나 틱톡에서는 아이돌들의 예쁘고 멋진 모습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어 글로벌 무대로 활동 공간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을 준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교육문화콘텐츠 기업 ‘키자니아’는 새해를 맞아 어린이 4154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미래 어떤 직업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연예인’이 563표로 33.4%를 차지하며 1위에 등극했다. 특히 연예인이라고 응답한 어린이 중 71.7%가 ‘가수’를 선택해 K-POP 아이돌이 선망의 직업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5일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더윈드’의 경우 평균 나이 만 16.8세로 ‘최연소 보이그룹’으로 불리고 있다. 

대표적인 4세대 여자 아이돌 ‘아이브’와 ‘뉴진스’의 막내 역시 각각 2007년, 2008년생이다. 데뷔를 앞둔 YG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에는 2009년생 멤버가 포함되기도 했다. 인지웅 K-POP 디렉터는 “다른 직업과 달리 아이돌은 어린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직업 특성상 어린 나이에 성공할 수도 있고, 어릴 때 꿈을 꾸면 보통 실패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선망한다”고 전했다. 

중소 기획사는 서구권 시장을 노린다 

인기 아이돌은 보통 대형 기획사 출신이거나 거물 프로듀서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 1일 기준 멜론 탑100 차트에서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노래가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3일 기준 멜론 탑100 실시간 차트에서 각 2위, 4위를 기록한 ‘에스파’와 ‘르세라핌’의 소속사는 각각 SM과 하이브로 국내 4대 기획사로 꼽힌다. 뉴진스도 SM 출신의 유명 디렉터 ‘민희진’이 프로듀싱을 맡아 데뷔 전부터 주목받았다. 높은 퀄리티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제작부터 다양하고 센스있는 헤어·메이크업·코디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케이팝 문화가 잘 정착된 일본과 중국 진출에서도 대형 기획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인지웅 디렉터는 “대형 기획사의 경우 중국과 일본에 연계된 회사들이 있어 중소기업이 진출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중소 기획사는 서구권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K-POP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정착된 서구권 시장에서 기획사의 인지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 디렉터는 “중소 기획사는 해외에서 주목받으면 그 인지도를 활용해 국내 인기를 높이는 역수입 방식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해외 차트에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 발매한 곡 ‘Cupid’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9주 연속 진입하며 K-POP 걸그룹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빌보드와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9주 연속 차트인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활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은 서구권 시장을 타깃으로 활동하며 흥행을 노린다. 

지난 2020년 세계 최초 팬덤 연구소 ‘블립’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아티스트 관련 데이터를 총집합한 ‘K-POP Radar 2019 연말 결산’을 발표했다. 이에 1년간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아티스트로 ‘드림캐쳐’와 ‘에이티즈’를 꼽았다. 두 팀 모두 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급증했다.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는 

한류의 중심에 있는 K-POP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이면도 존재했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미적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해야만 한다. 약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던 홍성주(25) 씨는 “몸의 균형이 깨지다 보니 빈혈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자주 봤다”며 “저혈압이 오거나 살을 빼야 한다는 의무감에 거식증이 심했던 경우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 1895명 가운데 43%인 826명이 19살 미만의 미성년자다. 어린 시절부터 겪는 외모 강박과 건강 문제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견뎌도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연습해도 데뷔 조에 들지 못하거나, 데뷔해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연습생 생활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경우 실패했을 때 제2의 삶을 찾아가기는 더욱 쉽지 않다. 홍성주 씨는 “연습생을 그만두면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알바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과거 연습생 계약은 기본 7년이었기에 더욱 문제가 됐지만, 요즘은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다. 인지웅 디렉터는 “연습생 계약을 아예 하지 않거나 계약 기간을 축소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이 되는 10대 아이돌이 점차 늘어나면서 K-POP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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