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니어를 잡아야 한다!” ‘실버시대’가 도래하며 기업들은 60~70대 시니어들을 위한 마케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이 18%를 넘은 고령사회다. 게다가 2년 뒤에는 65세 이상 비율이 20.6%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돼 자연스럽게 시니어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이어 전통적인 관념과는 달리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노인인 ‘욜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시니어 시장 규모의 급성장

시니어 시장이 크게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에 따르면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67조 9천억원에서 2020년 124조 9천억원으로 2배가량 상승했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이성호 교수는 “지난 2020년에는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 중 1955년생이 65세가 돼 공식적으로 노인 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2023년은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났던 1958년생들이 노인이 되는 해”라고 시니어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노인 인구 증가와 동시에 노인 인구의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 시니어 마케팅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쇼핑 플랫폼의 광고 모델이 된 배우 윤여정(출처: 지그재그)
▲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쇼핑 플랫폼의 광고 모델이 된 배우 윤여정(출처: 지그재그)

시니어 마케팅, 다방면으로 뻗어 나가다

시니어 마케팅은 패션, 금융,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시니어 마케팅 사례는 바로 ‘시니어 모델’이다. MZ세대에 ‘방탄소년단’이 있다면 시니어 세대에는 ‘백발소년단’이 있다. 백발소년단은 KBS의 ‘황금연못’이라는 시니어 토크쇼에 출연한 후 화제가 된 시니어 보컬 그룹이다. 

이들은 모두 시니어 모델로 나이와는 상관없이 활발한 활동을 하며 다른 시니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직장 은퇴를 앞둔 A(61) 씨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용기가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LF 브랜드인 ‘닥스’ 역시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를 모델로 한 화보로  ‘시니어도 젊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시니어벤처협회 전 회장 신향숙 이사는 “나이가 들수록 체형 변화가 있기에 옷 선택에 신중해진다”며 “시니어 모델이 신체적 변화에도 옷을 입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은 시니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노년층과 거리가 멀었던 기업에서도 시니어 모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주 고객층은 10~20대 여성이지만 70대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선정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시니어만을 위한 앱도 출시돼 상용화 중이다. ‘똑비(똑똑한 비서)’라는 앱은 시니어를 위한 여행 코스 추천, 맛집 예약, 구매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앱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고 시니어들을 위한 전문화 앱이다. 똑비 사용자인 조민숙(58) 씨는 “주변 맛집이나 카페를 직접 검색해서 비교해보는 것이 어려웠는데 똑비는 직접 위치, 리뷰 등을 세세하게 알려줘서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생활 멘토’는 시니어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민간 자격증과 다양한 직업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시니어의 문화·여가생활을 고도화해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는 ‘진지한 여가’를 추구해 전문화된 문화·여가생활이 직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시니어 앱 마케팅은 시니어들이 느낄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적절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디지털 적응에 도움을 준다. 동시에 기업이 시니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도영(64) 씨는 “시니어만을 위한 앱을 쓸 때마다 큰 자막, 세세한 설명 등 사소한 부분에서의 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 시니어의 온라인 쇼핑을 돕는 똑비(출처: 똑비)
▲ 시니어의 온라인 쇼핑을 돕는 똑비(출처: 똑비)

시니어 소비패턴 변화의 상징 ‘욜드’

MZ세대는 개인이 가진 목표 성취를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한국의류산업학회지에서 발간한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특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MZ세대는 원하는 직업군을 위해 교육을 받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등 미래지향적인 소비를 선호한다. 시니어 세대의 경우 MZ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보인다. 이성호 교수는 “시니어들은 주로 자신만의 소비 패턴을 보이기보다는 가족과 소비 패턴을 공유하고 새로움보다는 친근하고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 중심의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들의 소비가 활발해지고 이들을 위한 마케팅이 다양해짐에 따라 젊은 노인이라는 의미의 ‘욜드’가 등장했다. 욜드는 ‘Young’과 ‘Old’의 합성어로 풍부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여가나 취미생활에 많은 투자를 하는 65~75세의 노인들이다. 욜드는 은퇴 전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즐기려는 심리를 가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B(67) 씨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나만의 취미가 없었는데 은퇴 후에는 여러 운동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해 시니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MZ세대와 융합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교수는 “시니어들이 젊음에 대해 무한한 그리움과 동경, 선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니어 마케팅의 과제

시니어 마케팅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현재는 시니어를 다양한 방면에서 돕는 시니어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으며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즐기려는 욜드족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한 마케팅도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신향숙 이사는 “주택연금 제도나 은퇴 후 편안한 귀농, 귀촌 생활 지원 등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산업군에 맞는 마케팅이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사용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젊음을 지향하는 시니어들은 고연령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시니어나 실버라고 불리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성호 교수는 “최근 화제인 욜드처럼 그들만의 특징적인 스타일에 초점을 둔 용어로 시니어를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경은 수습기자 
kebae051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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