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LAW 말할 것 같으면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예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지, 그래픽 제작 분야에서 창작자가 인공지능을 필수 작업 도구로 삼는 것은 이미 관행에 가깝다(▶참고기사: 제780호 7면 「생성형 인공지능,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세계적인 현대미술 갤러리 가고시안에서 베넷 밀러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때 생성형 인공지능인 ‘달리’의 작품 10여 점이 함께 전시됐을 정도로 콘텐츠 창작계 내 생성형 인공지능의 자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많은 그래픽과 이미지를 사용하는 웹툰과 웹소설 표지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 사례가 논란이 됐다. 콘텐츠 창작계에서 확장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과 법적 제재를 살펴봤다.

콘텐츠 창작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

지난달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네이버 웹툰 신작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독자들은 디즈니 캐릭터와 유사한 특정 등장인물의 디자인과 일관되지 않은 작화 등을 이유로 해명을 요구했다. 웹툰 제작사 ‘블루라인 스튜디오’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진행한 작업은 후보정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당 웹툰의 독자인 소윤지(20) 씨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일부 장면의 작화가 뿌옇고 그림체도 매번 달라 당황했다”고 이야기했다. 1화의 별점도 10점 만점에 1.94점이었으며 총 별점이 2.4점에 그치는 등 ‘별점 테러’가 이어졌다.

지난달 개최된 네이버 웹툰 ‘지상최대공모전’에서는 1차 접수 단계에서 별도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제한을 두지 않았다. 독자와 참가자들의 반감이 일자 네이버 웹툰은 2차 접수부터 입장을 수정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을 제한했다. 웹툰 독자 A(26) 씨는 “웹툰은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콘텐츠라 인공지능의 표현이 그를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작한 웹툰이 보편화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콘텐츠 창작에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1년 네이버 웹툰에서는 딥러닝 기반의 AI를 활용한 ‘웹툰미’와 ‘웹툰 AI 페인터’를 선보였다. 웹툰미는 사람의 표정을 카메라로 인식해 캐릭터의 표정으로 자동 변환해주고 ‘웹툰 AI 페인터’는 밑그림을 자동으로 채색해준다. 이는 웹툰 작가들의 단순 노동시간을 줄여 연출력을 높이고 창작물의 질을 올린다. 웹툰산업협회 자문위원이자 중부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김신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하기에 창작자가 가지고 있는 작가주의적 창작물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부분적인 도움만 받고 최종 진실 검증은 인간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창작자 사이의 저작권 논쟁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이에 인간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저작물로 볼 수 있을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권리 의무의 주체인 ‘저작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주목받고 있다. 현행법상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방식에서 논쟁의 핵심을 찾을 수 있다. 김신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습한 소스가 저작권으로부터 정당한가가 평가 기준이 될 것 같다”며 “생성형 인공지능을 보조 도구로만 사용하고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작권 분쟁은 산업계 전반의 공론화를 통해 규범을 마련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표기 의무법,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격권과 저작권 침해 등 개인의 영역을 넘어 주식이나 정치판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미국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동영상은 인공지능 음성 복제 도구를 사용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사한 위험성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AI로 만든 정치 관련 미디어 콘텐츠에 출처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EU는 AI 규제법 초안 『AI Act』를 마련했다.

지난달 우리나라도 AI 이슈에 대응하고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AI 콘텐츠 제작물에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AI 표기 의무법)을 대표 발의했다. 원래 AI 관련 조항이 없었으나 개정안에는 콘텐츠 제작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AI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콘텐츠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통령령을 명시한 이유는 AI 기술 활용 정도에 따라 표시 의무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AI 표기 의무법이 시행된다면 작품 일부가 AI로 만들어졌을 경우, AI로 만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이 저작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AI 제작 여부 확인이 더 명료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AI 표기 의무법이 통과된다면 소비자들은 AI가 만든 것과 창작자가 만든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며 “AI를 활용한 콘텐츠에 대해 개인적 취향을 기반으로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 독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 콘텐츠 제작자, 플랫폼 간의 AI 콘텐츠 활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를 바탕으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경은 수습기자 
kebae051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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