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인이란? 
work-life integration의 약자로, 일과 삶의 경계 없이 융합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일에서 느끼는 성취와 성장을 동력 삼아 삶의 행복을 찾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칭한다. 

최근 세계는 ‘대퇴사 시대’를 맞는 중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10년인 반면 MZ세대에서는 약 2.8년으로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 이하 근무 후 퇴사하는 ‘조기퇴사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들은 왜 회사에서 떠나고자 할까. 

퇴사, 이유는 직무와 이직 

지난해 8월 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 중 84.7%가 조기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으며 49.7%는 최근 3년간 조기퇴사자가 늘었다고 답변했다. 전체 신규 입사자 중 조기퇴사자의 비율은 평균 28.7%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퇴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입사원 조기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문화와 업무 등 기대와는 다른 현실 때문으로 분석됐다. 약 8개월을 재직하던 첫 직장을 그만둔 A(25) 씨는 “업무가 기대와 달랐다”며 “사소하고 무의미한 업무가 많아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지난 3월 잡코리아가 발표한 ‘신입사원 조기퇴사 현황’에서 퇴사자들은 퇴사 이유로 △업무가 생각과 다름(45.7%)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음(41.4%) △다른 기업에 취업(36.4%) △기업문화가 맞지 않음(22.9%) 등을 제시했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서유미 교수는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이 첫 사회생활에 높은 기대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실제 업무나 조직문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심리적 계약의 위반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퇴사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가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청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퇴사에 대한 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퇴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73.5%로 집계됐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박효민 교수는 “과거에는 퇴사와 이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비교대상이 적어 퇴사율이 낮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곳으로 가자는 마음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들이 겪어온 표준화된 사회적 기준이 퇴사율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행복 지수 조사에서 매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학력, 경제적 부, 사회적 성취 등 인생 전반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표준화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장려해 다양성을 높이는 추세지만 여전히 과거의 일률적 인식이 잔재한 상태다. 이처럼 청년들은 표준화된 방식에 익숙해 명확한 지침과 업무지시가 있어야만 배우고 성장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업은 학교와는 달리 정해진 답이 없다”며 “표준화에 익숙한 청년들은 기업에 입사해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하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퇴사, 꼭 나쁜 건 아냐 

인적자본이론 관점에 따르면 근로자의 조기퇴사는 조직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근로자의 조기퇴사는 인력 부족을 초래해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돼 추가 퇴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2023년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성과관리 트렌드’ 설문조사에서는 ‘조기퇴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소속감 강화 노력’이 41.4%로 1위를 차지하며 기업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다만 서유미 교수는 “신입사원의 조기퇴사는 초기 사회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탈”이라며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 다른 조직으로 떠나는 결정을 일찍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퇴사자가 많이 발생하는 부서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기존 직무배치나 고용형태의 문제는 아닌지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퇴사를 선택한 청년들은 이직, 창업, 혹은 휴식을 택하는 추세다. 특히 경력직 수시채용이 크게 늘며 이직이 활성화됐다.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의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는 지난해 누적 스카우트 제안 건수 300만 건을 돌파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 역시 지난 2021년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를 출시했다. 박효민 교수는 “‘나는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 갈 수 있다’, ‘여기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집단이 아니다’는 식으로 청년들의 심리적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이직 이유를 분석했다. 

조용한 퇴사, 개인에게도 손해 

퇴사율이 증가하는 한편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조용한 퇴사’도 청년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서 조사한 결과 MZ세대 79.7%가 조용한 퇴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정당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추가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62.7%) △일과 일상의 분리가 필요(37.4%)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23.2%)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구분하기 위해(20.3%) △일·성과 중심의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서(13.6%) 등이 제시됐다. A씨는 “퇴사 전 조용한 퇴사 태도로 임하기도 했다”며 “회사와 근로자는 계약 관계이므로 사실상 기본적 의무만 이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 구성원은 조직 안에서 주어진 역할 내 직무행동 외에도 역할 외 직무행동을 한다.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문제 상황을 개선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의 일은 역할 외 직무행동에 포함되는 ‘조직시민행동’에 속한다. 조직시민행동은 조직정체성이 강하고 직무만족도가 높은 긍정적 행동인 반면 조용한 퇴사는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직무태도로 평가된다. 조용한 퇴사 상태의 조직구성원은 낮은 직무몰입 및 직무만족을 나타내면서도 조직 밖에서 대안을 찾을 역량이나 기회가 부족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박 교수는 “기업의 잘못된 노사관행과 착취를 참고 넘길 필요는 없다”면서도 “조직의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면모에 몰입해 자기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소극적 태도인 조용한 퇴사보다는 적극적 퇴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유미 교수는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는 기업은 물론 청년 개인의 심리 상태나 생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직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조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역량을 쌓고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효민 교수는 “교육 및 사회화 과정에서 청년들은 노동이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임을 충분히 배우지 못해 직장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퇴사를 선택할 시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보상보다는 본인의 자아실현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