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박청용(환조 01) 작가

이번호에서는 박청용(환조 01) 작가를 만나봤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그리며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는 박 작가는 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제2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된 계기부터 작품에 담긴 의미, 앞으로의 목표까지 ‘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박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작가가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그림을 그렸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 화가’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는데 그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대학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하고 ‘어떤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 ‘적어도 40살까지 작가로 살아남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 작업이나 전시를 준비하는 선배들이 40살을 넘기자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고 막연히 40살까지 작가로 활동하면 작가라는 직업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이어져 지금까지 오게 됐다.

기도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의 의미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은 마음을 그리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 ‘이번 생에 태어난 이유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기도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태어난 이유를 찾기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은 시간에 따라 점차 달라졌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지만 때로는 마음을 비워가며 작업했고, 또 어느 때에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그리기도 했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각기 다른 이유는
먹이나 물감의 번짐, 그릴 때 미세한 힘과 붓놀림의 차이가 미세한 차이들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키나 덩치가 크고 작은 다양한 사람들처럼 보이게 됐다. 동작에 따라 시각적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은 의도적으로 다르게 표현할 때도 있다. 허리를 숙인 모습, 무릎을 꿇은 모습, 엎드린 모습 등 다양한 동작 중 엎드린 모습을 그릴 때면 더 간절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동일하게 마음을 그리는 것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 ‘팔만사천’의 일부를 확대한 모습
▲ ‘팔만사천’의 일부를 확대한 모습

가장 오랜 시간 작업한 작품은 무엇인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팔만사천’이라는 작품을 작업했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떠올리며 8만 4천 명의 기도하는 사람들을 엎드려서 그렸다. 정성을 담기 위해 해인사에서 길은 물로 먹을 갈아 사용했고 작업 후에는 가족과 함께 일일이 수를 셌다. 8만 4천으로 수를 정한 이유는 8만 4천 가지의 괴로움이 있고 8만 4천 가지의 가르침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업 당시 마음에 대한 의문과 답답함이 극에 달했기에 ‘무수히 많은 마음을 전부 그려 보면 무엇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주로 여백이 적은 작품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예전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의미를 둬 ‘이만큼 그리면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점점 더 많이 그렸었다. 내 마음에 대한 의문과 답답함, 간절함이 드러난 것 같다. 마음과 정성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여백을 적게 그릴 때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백이 많은 작업도 하고 있다. ‘팔만사천’을 그리고 난 후부터 점차 비움의 의미를 알게 됐고 연작으로 ‘팔만사천 단비’, ‘팔만사천 일심’, ‘팔만사천 여백’, ‘팔만사천 행’을 그렸다. 특히 팔만사천 여백은 모두 비워내고 낙관만 찍은 작품이다. 많은 분께서도 비움의 의미에 공감해주셔서 여백이 늘어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원이 의미하는 바는
원의 주된 의미는 산에 있는 돌이 바다에 이르기까지 깎이면서 둥글어지듯, 나의 모나고 부족한 부분이 점점 둥글게 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내면이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많은 성현이 깨달음을 원으로 표현한 그림의 특징을 차용하기도 했다.

조각을 하다가 현재는 주로 평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나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조각보다는 평면이 더 적합했다. 입체 작품을 할 때는 상하좌우 등 다양한 시각으로 그 모습을 관찰해야 하기에 내면보다는 외부로 시선이 돌려졌다. 마음에 오롯이 집중해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때는 일부러 작품구상이 떠올라도 적거나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입체 작품도 만들 것 같다. 전시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마음이 생기니 현재는 외부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찾아왔다. 또한 벽에 걸려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평면 작업과 입체 작품의 조화는 공간의 힘이 느껴지게 한다. 전공이 조각인 만큼 앞으로는 조각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작품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도하는 모습의 작품을 감상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 봐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도하는 모습에는 간절함이 깊게 깃들어있다. 태어나서 한 번이라도 기도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간절하거나 힘드셨던 분들일수록, 수행을 경험해본 분들일수록 크게 감동해 주시는 것 같다.

작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가까운 목표로는 오는 10월 예정된 전시에 작품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매번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소홀함 없이 작품을 준비하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백이 담긴 작품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해외 전시를 열어보고자 한다. 전시를 하다 보니 외국인분들도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이분들께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조은정 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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