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나 보도부장
이세나 보도부장

대학에 입학하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고등학생 당시 평소 관심 있던 분야와 관련된 도시사회학과에 진학했다. 1년 동안 전공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며 열심히 공부해 시험까지 봤음에도 진로는 더 막막해졌다. 

원하던 학과를 전공해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기만 하면 진로에 대한 걱정은 끝이 날 줄만 알았던 것은 착각이었다. ‘이게 내가 원하던 것이 맞을까?’, ‘계속 이 분야를 공부하다가 좋아하는 것마저 싫어지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수없이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 걱정은 지난 학기 전공 수업을 듣고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한 교수님께서는 학기 초 우리에게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단지 세 시간의 수업이 지루하고 듣기 싫어도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게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싫어하는 일에도 집중하는 힘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가장 위대한 힘임을 깨달았다. 그래서였을까. 교수님이 해주신 한 마디는 매 순간 결정을 내릴 때마다 항상 먼저 떠올라 가장 힘이 되는 말이 됐다.

지난 2022학년도부터 흔히 말하는 문·이과 구분이 폐지됐다. 선배들은 우리에게 대학의 교풍이 많이 변한 것 같아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학과 동기끼리 전만큼 친하지 않을뿐더러 학기 초부터 전과나 반수, 재수 등을 생각하며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는 집중할 기회조차 스스로에게 주지 않는 모습이 허다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점차 자신에게 하나의 약점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됐다. 지금 당장 SNS를 조금만 둘러봐도 ‘1년 차 직장인이 회사 그만둔 이유’와 같은 제목 아래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아 힘들어지자 스스로 포기하게 된 것을 그럴듯한 이유들로 포장한 게시글이 많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잘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이들은 멋있고, 존경해야 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나가며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이가 진짜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고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며 자신의 강점만을 키우고 있다. 이는 어쩌면 약점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돼 가는 과정으로만 보인다. 깊숙이 숨겨진 우리의 약점을 들추어내고 싫어하는 일에 집중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주변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이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요? 그게 왜 하기 싫은가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 봅시다, 우리.


이세나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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