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최근 문학계나 영화계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꼽으라면 SF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확장돼 가는 지금, SF는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장르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SF의 인기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류츠신의 SF소설인 『삼체』가 2015년에 휴고상을 수상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중국에서는 가히 SF 열풍이 달아올랐고,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배출하면서 오늘날 중국 문화계에서 SF는 하나의 대세가 됐다.

최근 우리나라 SF의 동향도 그렇듯이, 중국 SF물 역시 『삼체』와 같은 하드 SF보다 SF적인 상상 위에 인간과 사회에 대해 좀 더 광범위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위 소프트 SF 성향의 작품들이 훨씬 더 많으며, 이런 작품들이 SF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인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은 바로 이러한 최근 중국 SF 소설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우리 학생들이 부담 없이 중국 SF를 접할 수 있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하오징팡은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 SF 작가로, 류츠신이 2015년에 휴고상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한 바로 다음 해인 2016넌에 『접는 도시』로 휴고상 최우수 중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SF 문학계에 중국 SF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의 SF 중단편 10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이 책에서 필자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 역시 『접는 도시』로, 필자가 최근에 읽은 중국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어로 『접는 도시』라고 번역된 이 작품의 원제는 『베이징이 접힌다(北京折疊)』이다. 영어로는 ‘접히는 베이징(Folding Beijing)’으로 번역 후 소개됐다. 필자가 이 작품을 처음 읽게 된 동기는 바로 이 제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거대한 도시 베이징이 차곡차곡 개켜져 접힌다는 상상이라니!

‘베이징이 접힌다’는 소설의 설정은 가까운 미래에 베이징이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도시의 시공간을 완벽히 분할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접는 도시’ 시스템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도시의 한쪽이 펼쳐지면 나머지 한쪽은 접히고, 지표면 양면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각각 자신들이 거주하는 편이 펼쳐질 때만 활동이 가능해짐으로써 완벽하게 분할된 시공간 속에서 베이징이라는 하나의 도시를 공유한다는 설정이다. 

제1공간은 인구가 500만 명인데, 한 번 펼쳐지면 24시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할당받는다. 제2공간은 인구 2500만으로, 제1공간이 접힌 뒤 아침 6시에 펼쳐져 밤 10시까지 16시간을 할당받는다. 제3공간은 50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제2공간의 사람들이 잠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에 제1공간이 펼쳐질 때까지 딱 8시간만 활성화된다. 

이러한 설정에서 보다시피 이 ‘접는 도시’는 불평등한 위계질서에 의해 분리된 도시이다. 예상 가능하듯이, 제1공간에 살고 있는 소수의 이들은 이 도시의 상류층, 제3공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구는 도시의 하층민이다. 

요컨대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베이징의 불평등 문제이다. 어찌 보면 문학과 영화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뻔한 소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소설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그것이 SF적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사유와 감각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중국의 청년 세대가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추천 문구: “희미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도시 하나가 자신의 몸을 접어 지면을 향해 수렴한다.”

제목| 고독 깊은 곳
저자| 하오징팡 (郝景芳)
출판| 글항아리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823.7 하242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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