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자유를 빼앗기는 상황은 싫어한다. 그 자유의 박탈이 강제적이라면 더더욱 싫어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남성은 이러한 상황을 한번 마주한다. 바로 입대다. 

생각해보면 군대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구석이 많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기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군대가 군인들에 행하는 것들을 생각한다면 군대가 좋을 수 있는 여지조차 없어진다. 그것이 장교든, 병사든, 부사관이든, 군대는 군인 대부분에게 불합리하게 돌아간다.

故채 모 상병을 포함한 동원 부대에 제1사단의 지시는 끔찍하기 짝이 없다. 장갑차도 진입하기 힘든 유속의 강에 사람을 집어넣은 것은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상실한 결정이었다. 

지난 8일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채 상병이 속했던 중대의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복장 통일 철저(하의 전투복, 상의 적색 해병대 체육복, 정찰모 착용/체육모 절대 안됨)’, ‘얼룩무늬 스카프 총원 착용, 웃는 얼굴 표정 안 나오게 할 것’, ‘슈트 안에도 빨간색 츄리닝 입고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티 입고 작업’, ‘사단장님 오면서 경례 미흡, 특히 0930 전개한 부대라는데 부대장은 현시간 이후 현장 지휘 똑바로 할 것’. 대대장과 중대 간부가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무리한 수색은 하지 마라’, ‘장화 신고 물에 들어가지 마라’ 등 건의사항을 상부에 전달했으나, 최종적으로 전달된 복장은 ‘장화, 우의, 공격 배낭, 정찰모, 갈퀴’였으며 당연히 있어야 할 구명조끼 한 장 없었다. 장병의 소중한 목숨보다 의전과 겉치레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북한과 대치 중인 몇 안 되는 휴전국이다. 언제든 나라를 위해 싸울 군인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라면 군인들은 더 이상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24시간 희생하고 있는 군인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갖춰달란 이야기다. 적어도 가기 싫지는 않은 군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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