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와 책 좀 읽는다는 독자들에게 서점의 위기 원인을 물어보면 단연 ‘도서정가제’를 꼽을 것이다. 

서점들의 가격 경쟁 완화와 작가의 수익을 보장하자는 의미로 생긴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부터 약 6번의 개정과 함께 계속됐다. 지금은 이에 반대하는 영세서점들과 작가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과거에는 아니었다. 

1960년대의 대한민국의 도서판매업계에는 도매, 소매상 대신 월부와 외판원이 등장했다. 동대문을 중심으로는 대량으로 책을 싸게 판매해버리는 덤핑시장이 나타나며 결국 기존 서점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줄도산이 이어졌다. 

1968년을 전후로 을유문화사, 덕흥서림, 영창서관 등 서울의 유서 깊은 서점뿐 아니라 지방의 주요 서점들도 문을 닫았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종로서적에서 책 보고 양우당에서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서점 간에도 가격 경쟁이 심각했다. 이에 모든 책 판매처에서는 책 정가의 10%만을 할인할 수 있게 하는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이 도서정가제가 작가들과 독자들로 하여금 책과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웹툰의 경우 한 화에 120원, 개별 구매가 가능하지만 사실 책은 대부분이 1만원 이상이어서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숏폼콘텐츠가 주가 되는 사회에서 줄글 매체는 인기를 끌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서점과 대형서점 모두에게 강요되는 도서정가제는 영세서점의 경쟁력만 낮추고 있을 뿐이다. 책만 팔아서는 서점을 계속 운영할 수 없어서일까, 대부분의 대형서점은 문구류와 앨범, 간식까지 같이 파는 경우가 많고 카페까지 들어서 있다. 결국 ‘책을 파는 곳’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도서정가제는 누구를 위한 것일지 의문이 든다. 돌아오는 도서정가제의 정기 심사는 오는 11월이다. 서점 사장도, 작가도, 독자도 전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는 반드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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