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소시] ‘소사소시’는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던 장소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할 일은 많은데 잘 풀리지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기자는 그럴 때면 멋진 장소에 들러 답답한 마음을 비운다. 그러면 다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이 솟아난다.  

힘든 일상에 지친 기자가 찾아간 곳은 서울시 용산구의 한 거리다. 쨍쨍한 여름 태양 아래의 나무들을 지나 끝없는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해방촌’이라는 동네에 다다른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고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는 과정은 매우 고되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힘든 여정이라도 거뜬하다. 

해방촌은 평지보다 높은 곳에 있어 밑을 내려다보면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작은 거리에 여러 가게가 붙어 있는 풍경은 아늑함이 느껴졌다. 또한 고즈넉한 전경 아래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옛날 그릇과 꽃을 파는 상점들의 모습은 묘하게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무더운 날씨에 잠시 쉴 곳을 찾던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방 안의 옷장처럼 생긴 카페의 입구였다.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문을 열면 마치 동굴 안과 같은 같은 내부가 보인다. 

이탈리아의 도시 ‘마테라’ 특유의 동굴 지형을 인테리어의 모티프로 삼은 ‘꾸에바 마테라’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 내부는 유럽풍의 소품들과 아기자기한 찻잔들로 꾸며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아인슈페너 한 모금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이면 세상의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개강이 다가오며 앞으로 헤쳐가야 할 두려운 미래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어느새 나를 괴롭혔던 걱정은 잊히고 창문 너머엔 붉은 노을만이 남았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 치료제는 작은 카페에서 나누는 친구와의 소소한 대화였다.
  
현대 사회의 청년들은 과열된 경쟁사회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앞을 보며 달려 나간다. 다만 휴식 없는 삶에는 발전이 아닌 우울함이 반복되는 악순환만이 남는다. 

시끄럽고 복잡한 사회에 지쳐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면 고전적이면서 포근함이 있는 해방촌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제쳐두고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며 소중한 친구와 함께 걱정을 잊어보자. 


박소연 수습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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