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몰랐day] ‘우리 몰랐day'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8월 29일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이에 따른 국제적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날이다.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하 소련)이 1945년 건립한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지역의 대규모 핵무기 실험장의 비극에서 시작됐다. 소련은 약 40년 동안 전체 715회의 핵실험 중 456회를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 세미팔라틴스크는 방사능에 오염돼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만 약 50만 명이고 신체적·경제적 피해자는 약 240만 명에 달했다. 살아남은 지역 주민의 대부분은 백혈병을 앓거나 기형아를 출산하는 등 방사능 후유증을 겪었다. 

세미팔라틴스크의 비극은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마무리됐다. 카자흐스탄이 연방에서 독립하며 세미팔라틴스크의 핵실험장은 폐쇄됐다. 
 

▲ 지난 2017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에 카자흐스탄 울바야금 지역에 설립된 저농축 우라늄 은행의 모습이다.
▲ 지난 2017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에 카자흐스탄 울바야금 지역에 설립된 저농축 우라늄 은행의 모습이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26개국이 공동 발의한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 결의 초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2009년 12월 2일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돼 카자흐스탄의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이 폐쇄된 8월 29일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로 지정했다.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에는 핵실험의 위험한 결과를 상기시키고 향후 핵실험 재발 방지를 위한 목적의 행사가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5일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기념하는 유엔 총회 특별회의가 열렸고 2017년 8월 29일 카자흐스탄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협의해 카자흐스탄 울바야금 지역에 저농축 우라늄 은행 건물 개관식이 이뤄졌다. 

이는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이 카자흐스탄의 핵실험장에서 시작된 만큼 그 의미가 컸다. 저농축 우라늄 은행은 IAEA 회원국들에 핵연료를 공급하며 핵무기로 가용한 고농축 우라늄 농축 기술의 확산을 막고자 세워졌다. 

최근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추세다. 지난달 21일 안토니우 구테호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에 앞서 약 2천 건의 핵실험이 가져온 끔찍한 결과를 지적하고 핵무기의 종식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22일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O)의 로버트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북한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자행한 5번의 핵실험을 비판했다.

기자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기리고 그 위험성을 되새기 위해 핵무기의 아버지라 알려진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를 감상하기로 했다. 

오펜하이머는 핵무기로 전쟁을 억제하려 했지만, 핵폭발을 직접 보고 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억제가 아닌 멸망의 미래를 떠올린 것이다. 영화를 보며 오펜하이머가 경계하고 막으려 한 ‘상호확증파괴’*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됐다. 

핵무기 사용의 끝은 결국 공멸뿐인 것을 깨달은 오펜하이머에게 공감했다. 전 세계는 핵무기라는 파괴적인 유산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맞아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성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상호확증파괴: 핵무기를 가진 보유하고 대립한 두 나라 중 한쪽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 핵전력을 보존한 후 보복하면 발생하는 상호 간 파괴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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