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광화문 신문박물관 PRESS EUM에서 열린 ‘«신문 디자인: 지면 위의 기술(혹은 예술)»’을 관람했다. 박물관 내에 전시된 신문의 역사와 다양한 신문들의 다채로운 디자인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 지면 신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신문의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치다

신문박물관 로비에 입장했을 때 맨 처음 보이는 것은 66개국의 2000년도 1월 1일 자 신문 1면이다. 한국 신문은 없지만 특이하게도 한글을 사용한 신문이 보인다. 바로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발행한 고려일보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 2000년 1월 1일 자 신문들이 전시돼 있는 로비
▲ 2000년 1월 1일 자 신문들이 전시돼 있는 로비

첫 전시실에는 1883년 한성순보 발행으로 시작된 한국 신문 발행의 역사가 전시돼있다. 디자인 기획 전시실에서 한국 신문의 디자인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신문의 디자인은 텍스트 가독성과 독자 유입을 결정짓는다. 1886년 한성주보 제4호에 한국 신문 최초로 광고가 실렸으며 당시는 지금처럼 홍보가 아닌 민족 계몽과 자강 필요성 강조가 목적이었다. 

1920~30년대 기호품 대중화가 이뤄지며 광고는 대중적 욕망을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1970년대에는 컬러광고의 시작과 함께 코카콜라, 펩시콜라, 칼텍스 같은 다국적 광고주들이 한국에 진출을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레이아웃을 시도하며 광고 지면이 대형화되면서 현재 광고의 모습을 갖췄다.  

1909년 대한민보는 창간호 1면의 한가운데에 ‘삽화’라는 이름이 붙은 만화를 실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시사만화로 ‘정세를 저울질하여 살피고, 한국의 혼을 하나로 묶으며, 백성의 소리를 듣는 기관이 되고, 보도에 있어 남다름을 추구한다’는 대한민보의 창간목적과 사명이 담겨있었다. 

이 말을 입에서 분수가 나오는 것처럼 말분수로 연결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글을 아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1920년 중반에 이르러서는 축약과 과장의 만화기법을 사용해 이름을 숨기거나 예명을 사용해 독자가 스스로 지면을 꾸미는 ‘독자만화시대’가 열렸다. 이후 특정한 인물을 설정하고 여러 칸으로 나눠 행동 변화로 이야기를 펼치는 연재만화가 등장하는 등 만화는 광범위한 독자층을 신문으로 유입시켰다. 현재는 만화의 역할을 사진이 대신하며 그 위상이 떨어졌으나 여전히 신문에서 풍자와 비유의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문사마다 신문 분위기에 맞는 서체를 골라 자유롭게 사용했다. 1929년 동아일보는 민간 최초로 서체 공모전을 열었다. 그때 당선된 서체가 구약성경 개역에 참여했던 이원모가 직접 쓴 이원모체다. 이 서체는 6.25 전쟁 발생 이전까지 약 15년간 동아일보 서체로 쓰였으나 전쟁 이후 활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처럼 신문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독자에게 효과적이고 조화롭게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 기법을 사용한다. 읽기 편하고 아름다운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을 디자인 기획 전시실에서 엿볼 수 있었다.

지면신문 몰락, 먼 미래 일이 아닐 수도

과거 지면신문은 세상 소식을 알 수 있는 필수적인 정보 매체였다. 이른 새벽에 배달되는 지면신문을 보며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미디어의 발달로 디지털 신문이 등장해 지면신문을 읽는 독자층이 현저히 줄었다.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은 물론 신문 가판대조차 쉽게 찾을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의하면 지난 2019년 가정에서 지면신문을 구독하는 비율은 6.4%밖에 되지 않았다. 2014년의 구독 비율은 20%였으나 불과 5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용지와 잉크값, 운송비가 급격하게 올라 신문 제작비용은 높아졌으나 인쇄된 신문의 절반 이상이 폐지 처리되는 상황이다.

지면신문의 독자층 연령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신문기사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면신문 이용률에서 20대가 1.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어 40대 2.6%, 30대 2.8%, 10대 3.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에선 18.2%, 70대 이상에선 39.8%로 구독층의 노령화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 신문의 다채로운 디자인을 담은 디자인 기획 전시실
▲ 신문의 다채로운 디자인을 담은 디자인 기획 전시실

신문박물관 박세희 연구원은 “독자층을 잡는 것도 중요하나 디자인은 신문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에 이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신문사들은 기존 독자와 신규 독자 모두를 지면신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종이 매체는 본 역할을 하되 온라인과 연계 가능한 콘텐츠를 생각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연구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완전히 불가분의 영역은 아니다”라며 “디지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아카이브가 필요하기에 온·오프라인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신문의 남다른 전략도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구독료와 획기적인 광고 전략을 내세운다면 지면신문이 아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립대신문의 미래 

지면신문의 몰락 가능성은 서울시립대신문에도 영향을 미쳤다. 1964년 창간돼 발행을 시작해 지면신문은 아주 긴 역사가 있으며 2000년부터는 지면pdf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 모든 학우가 신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서울시립대신문을 즐겨보는 변현섭(전전컴 19) 씨는 “우리대학에 신문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우도 있다”며 “지면신문보다는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에 올라오는 지면pdf를 더 자주 읽는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립대신문도 지면과 온라인 독자층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라져가는 독자를 붙잡을 혁신적인 디자인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소연 수습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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