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내에서는  ‘공무원 열풍’이 불며 행정직군에서 14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 합격에 목을 맸던 적이 있었다. ‘청년 취업준비생 세 명 중 한 명은 공시족’이라는 말도 유행했지만 갈수록 청년세대의 공무원 선호도가 낮아지며 ‘청년 공무원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청년들은 왜 공무원이 되는 것을 기피하게 됐을까.
 

청년 취업난에도 공무원은 안 해

지난 2월 통계청에서 공개한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2.5% 감소했다. 또한 지난 3월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세대 비경제활동인구 약 400만 명에게 경제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 응답자는 약 49만 7천 명으로 이는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참고기사: 제783호 5면 「무기력한 2030 ‘취직도 휴식도 어려워’」).

지속적인 취업난에도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청년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번해 5326명을 선발하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이하 공시)에는 총 12만 1526명이 지원해 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1년 경쟁률이 93.3대 1까지 치솟았던 상황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졌다. 어렵게 들어간 공무원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2030세대 공무원들도 증가했다. 

지난 5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공무원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공직생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기회가 있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 문항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공무원의 비율은 45.2%로 지난 2021년 대비 11.7%p 높아졌다. 이 중 2030세대로 대졸 이상이며 재직기관 5년 이하인 하위직(6~9급) 공무원이 과반수 이상인 65.3%로 집계됐다. 

200만원 이하 월급, 생활에 도움 안 돼

공무원 실질임금은 2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나 공무원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으므로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에 실제로 9급 공무원의 임금은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에 의하면 이번해 책정된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177만원이며 매월 소득액의 9%인 공무원 연금 개인 부담분도 낸다면 실수령액은 더 적다. 현직 공무원 A(32) 씨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며 “낮은 임금 수준에 비해 업무량은 과중하다고 느끼는 동료가 많다”고 국가의 급여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대학 행정학과 이정주 교수는 “과거에는 공무원으로서의 명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자본주의 사상이 강해지며 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공시 경쟁률 하락의 원인을 분석했다. 직업에 대한 명예보다 급여 수준을 우선시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공무원 준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사기업에 취업한 전대한(25) 씨는 “주변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며 “월급이 압도적인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라고 이야기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임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공무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이 미디어를 활용해 영상이나 글을 올려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B(27) 씨는 “현재 직장을 다니며 블로그를 운영하며 광고 제의와 협찬을 받고 있다”며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지만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10년 차 공무원이지만 부족한 월급 탓에 유튜브를 시작한 유튜버 ‘공무원 김씨’와 공무원의 하루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 ‘daldalHAM달달햄’은 모두 약 1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는 등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수직 · 폐쇄적 조직문화 개선해야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공무원 문화가 청년세대에 악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정주 교수는 “공무원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 2017년 이전까지는 가정 내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교육 방식도 집단주의와 조직적 가치를 추구했다”며 “그러나 최근 청년세대 내에서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이에 기존 공무원 내 기성세대의 조직문화와 현 청년세대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직 내 수직·폐쇄적 체계도 문제가 된다. 현직 공무원 A씨는 “여전히 공무원 조직 내에는 수직·폐쇄적인 조직 체계가 남아있다”며 “이는 하위 공무직들의 업무량이 증가돼 업무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청년 세대에게 조직 체계의 맹목적인 강요보다는 개인의 의견이 조직 내 반영돼 조직문화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이지만 자아실현과 직업적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공무원의 연공서열 문화는 개인의 역량을 펼칠 수 없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이 일하는 조직은 공익이라는 불확정 개념을 추구하기에 개인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청년들이 과거와 달리 자부심을 갖고 명예를 지키려는 마음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에서 벗어난 과도한 업무로 고통받는 공무원들도 많다. 지난달 대전광역시에서는 구급차 6대가 잼버리 대원 약 1400명의 짐을 운반하는 업무를 맡았다. 악성 민원인들을 응대하다 세상을 떠난 공무원의 소식도 비일비재하다. 이 교수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 침해가 정당화 될 수 없다”며 “공무원의 인권 보호 정책 마련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공무원은 청년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권과 사회적 인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단점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정적인 정년 보장과 연금 수령이라는 장점마저 가려버린다. A씨는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공무원의 인권 문제”라며 “부당한 민원을 넣어 공공서비스를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절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공무원 조직 내 체계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정주 교수는 “연공서열을 넘어 능력주의 체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업무에 따른 정당한 성과급 체제가 현 공무원 이탈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현재 청년들의 공무원직 이탈과 공시 경쟁률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청년세대의 현실적 요구를 파악하고 공무원의 인권과 정당한 보수를 보장할 조치가 필요한 시기다. 


박소연 수습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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