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1의 흥행에 힘입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 시즌1의 흥행에 힘입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수통도 안 바뀌는 데 무슨”. 변화하지 않는 군대의 현실을 비판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명대사다. 

근래 정부는 병사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쳤다. 지난 2020년 7월 국방부가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했다. 또한 이번해부터 병장 월급이 지난해 대비 약 48%가 증가한 100만 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군인이 마주한 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우리대학 재학생 1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군인의 처우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6.4%가 ‘나쁘다’와 ‘매우 나쁘다’에 투표했다. 

군인은 소모품이 아니다

지난 7월 19일 해병대 제1사단 故채 모 상병이 순직했다. 채 상병은 상부의 지시대로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수위였지만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였다. 

전직 육군 장교 A씨는 “재난복구, 실종자 수색 등 대민 지원은 군인의 의무 중 하나다”며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장병들이 위험한 구조 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 상병은 포병여단 소속 통신병으로 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해병대는 해당 사건 직후 바로 재난복구에 군을 동원했다. 해병대에 의무 복무 중인 김진서(22) 씨는 “채 상병님의 부고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우리 부대는 재난복구에 차출됐다”고 알렸다. 이에 군이 장병의 생명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형남 군 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위험한 동원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은 군이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20일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채 상병의 빈소가 차려지며 조문식이 진행됐다. 같은 날 방송된 JTBC 뉴스 영상에서 조문식 도중 유가족들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만드냐고요, 항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생겨도 은폐하거나 축소해

최근 故채 모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군 지휘부가 내부 문제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문제는 계속해서 적발돼왔다. 지난 2021년 발생한 공군 故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도 한 사례다. 이 중사는 회식에서 본인을 성추행한 선임을 상사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상사는 5인 이상 회식을 주도해 코로나 방역 지침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을 우려해 대대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이 중사 가족들의 항의로 수사가 의뢰됐지만 군검찰은 약 2개월간 조사를 연기했다. 결국 이 중사는 가해자를 비롯한 상사에게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에 고통받다 지난 2021년 사망한 채 관사에서 발견됐다. 

군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민간 경찰이 아닌 군사 경찰이 수사를 담당한다. 군사 경찰은 지휘관 직속 구성원이기에 신고와 수사 단계에서 각 부대 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부대 내 괴롭힘 등의 문제 발생 시 지휘관은 은폐를 위해 침묵하거나 조용히 처리하려 한다. 부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가 인사고과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육군 간부 A씨는 “자기 책임인 부대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 책임을 물리기 때문에 불이익을 얻는다”며 “승진에 불리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군 인력 운용에 차질을 만들지 않으려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지휘 책임을 과도하게 물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대부분 지휘 책임을 안 물어서 문제가 된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보통 상급자인 경우가 많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고 처벌하면 부대 인력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군 인프라 

군 내 인프라의 열악함도 문제다. 물품을 비롯한 시설의 노후화는 군의 고질적 문제다. 현재 육군에서 의무 복무하고 있는 서영준 씨는 “내 수통은 1977년에 생산된 것”이라며 “오래된 금속 특유의 냄새가 나서 잘 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국방부가 신형 수통을 구매했음에도 제대로 전력화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던 정미경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수통 구매현황에 따르면 군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127만 1646개의 수통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3일 공개된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관호 책임연구위원의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국군 상비군은 약 48만 명이다. 수통을 2번 이상 전 상비군에게 보급할 수 있는 수량이다. 

A씨는 “구매한 수통들은 전시를 대비해 전력화하지 않고 보관 중”이라며 “전시에 수통 속 물의 용도가 다양해 1인당 다수의 수통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손상이 발생하면 즉각 교체가 필요해 쉽사리 전력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통을 포함한 군화, 군장과 같은 장구류와 생활관 시설, 군수품 등 노후화된 것들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서 씨는 “훈련소 생활관은 아직도 구 막사라서 침대가 아닌 침상에서 잤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방산비리’라 불리는 예산 누수로 인해 제대로 된 보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A씨는 “우리나라는 국방부 외청인 방위사업청에서 군 기자재 보급을 담당한다”며 “예산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수의계약*이라 유출이 발생하기 좋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병영 생활관 현대화’ 사업에 약 6조 8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난 2015년 사업을 끝내지 못했다며 2조 6천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군 문제는 군이 오랜 기간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군에서 독립된 인물로 구성된 감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A씨는 “군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검사, 판사 등 재판부까지 지휘관 휘하의 군 소속이다”라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지휘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공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밀사항을 제외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받는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며 사회적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의계약: 별도의 입찰 과정 없이 국가기관이 특정 사업자를 선정, 계약을 추진하는 것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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