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의 심각성 제고와 대책 마련을 위해 매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 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이후 전체 자살률은 하락했지만 정작 청년들의 자살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급격히 높아진 청년 자살률의 실상과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책을 모색해봤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 그 실정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 제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예방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높은 자살률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OECD 회원국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비교 시 회원국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3.6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지난해부터 개정 후 시행하며 ‘세계 자살예방의 날’과 같은 매년 9월 10일을 ‘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예방을 위해 우리나라 자살 현황과 예방을 위한 사업을 소개하는 「2022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했다. 

해당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자살자 수는 1만 3195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며,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7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이는 국내 자살률이 최고치였던 2011년과 비교했을 때 자살자 수는 17%, 자살률은 19%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지난 2021년까지는 유의미한 자살률 감소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개된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대 사망원인 중 유일하게 외인(사고사)에 의한 사망인 ‘고의적 자해(자살)’의 경우 26%로 전년 대비 0.3%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높아지는 청년 자살률, 시작은 ‘우울’

국내 자살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청년층의 경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21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9세 청년의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며, 이는 전체 사망원인의 56.8%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에 비해 20대 자살률도 58% 증가하며 전국 청년의 자살률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층의 자살률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0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2017~2021년) 10세 단위별 우울증 환자수」에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2017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20대 자살률과 맞물려 20대 우울증 환자 수도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2017년 환자 수는 약 7만 8천 명이었지만 2021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약 17만 7천 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지난해 12월까지 조사한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우울위험군인 20대는 20.22%, 자살 및 자해를 해본 20대는 16.44%로 두 조사 전부 가장 비율이 높은 3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주최한 ‘2023 대학신문 LIFE-LEADER 양성 프로젝트’에서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는 “청년 자살 예방을 이야기하려면 우울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3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심할 때는 30% 이상 늘어 고위험군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었대도 수치가 이 정도인 것은 전쟁 상황과도 같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진료하러 온 젊은 환자들은 뚜렷한 스트레스가 없더라도 결혼, 직장, 집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공황장애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움의 손길은 항상 옆에 있다는 것

작은 우울감부터 시작해 자살과 자해 생각이 들 때 청년들은 어디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은 늘고 있지만 방문하기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A(21) 씨는 “평소 심한 우울감에 병원을 찾을까 생각해봤지만 부모님께서 진료 기록 등을 걱정하며 만류한다”며 “병원에 다니는 게 알려지면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 두렵기도 하다”고 밝혔다. 백명재 교수 또한 “대부분의 학생이 이미 자퇴나 휴학계를 내고서야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은 대학교 상담센터다. 대부분 대학교에는 재학생을 위한 상담센터가 존재한다. 우리대학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서도 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 극복과 전인격적 성장을 위해 심리·정서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상담 △심리검사 △마음건강캠페인 △재학생정신건강관리시스템이 있으며 금전적 비용 없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특히 재학생정신건강관리시스템은 약 4200명의 1학년과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심리상담실 서유진 팀장은 “1학기 기말고사가 마무리되면 우울과 자살 테스트에 참여해야만 성적 조회가 가능하게 했다”며 “테스트 일정 지수가 넘어간 학생들에게 심리상담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 900명의 학생이 약 3천 건의 상담을 진행하며 활발히 심리상담실을 이용 중이다. 

서 팀장은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겠지만 분명히 벗어날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상담센터를 포함해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 등 도와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언제든 도움을 청해달라”고 반드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품기를 당부했다. 


*연령표준화 자살률: 국제 비교를 위하여 OECD 기준인구로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OECD는 2020년까지 공표했다. 해당 수치는 통계청의 자체 계산 수치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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