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우리대학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 대원의 처소가 됐다. 북상하는 태풍 카눈의 영향이 새만금 야영지까지 미칠 것으로 예측되자 잼버리 대원들은 야영지에서 철수한 후 전국 8개 지역에 분산 수용됐다. 우리대학은 서울시에 배정된 인원인 2929명 중 약 20%에 달하는 597명의 잼버리 대원을 수용했다. 

잼버리 대원 수용에 참여한 서울 내 12개 대학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우리대학은 △숙소 확보 △음식 제공 △행사 진행 △통역 지원 등을 통해 4박 5일간의 일정을 이끌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학우들

정부의 요청은 지난달 8일 11시경에 이뤄졌다. 우리대학은 급히 학생회관을 비롯한 학내 식당 개방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피해는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지워졌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매일 찾던 학내 식당들이 모두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에 당황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기숙사에 머물던 박찬우(도사 23) 씨는 “기숙사 편의점을 이용하고자 로비를 찾았지만 잼버리 대원들이 머무는 기간에는 편의점 운영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에 발을 돌려야 했다”며 “22시부터 8시까지 10시간 동안이나 이용할 수 없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잼버리 대원들이 새벽까지 기숙사 내 식당과 세탁실을 이용하며 발생한 소음 또한 기숙사생이 감내해야 했다. 

악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다

준비 시간 부족과 더불어 우리대학 담당자와 잼버리 관계자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지만 교내 구성원들은 각자의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회관 식당은 잼버리 수용 소식을 듣자마자 6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 잼버리 대원들에게 17시경부터 순차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국제교류과를 통해 도움을 요청받은 유학생들과 중국어문화학과 학생들은 학생회관과 기숙사에 부착할 안내문을 번역해 안내를 도왔고 잼버리 대원들이 광화문, 남산 관광 등의 행사를 떠날 때 이들과 동행해 통역을 수행했다. 

국제교류과 김소희 담당자는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잼버리 관계자가 버스 한 대에 한 명씩은 있기를 기대했지만 소수의 관계자만 한국어를 구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학생들과 학생들이 이른 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수고했다”며 “매일 인솔, 통역, 상주 등 다른 역할을 부여받아 각 업무를 잘 수행했다”고 밝혔다. 

숙소 확보를 위해 힘쓴 기숙사 구성원들을 대표해 임남희 생활관장은 “금번 잼버리 수용은 재난 상황 속에서 이뤄진 급작스러운 대처였다”면서도 “이미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세 번이나 기숙사를 의료지원 목적으로 제공해 왔기에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에 머무른 잼버리 대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 복귀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불편을 감내해준 우리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손을 더한 외부 지원들

동대문구청을 비롯한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보건소, 서울소방재난본부가 4박 5일의 일정이 더욱 원만하도록 도왔다. 동대문구청 직원들은 정부 요청 직후 우리대학을 방문해 앞으로의 일정을 구성했고 동대문경찰서와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는 기숙사에 상주 인원을 배치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와 서울시립병원이 손을 더했다.
 

▲ 처갓집의 지원으로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처갓집의 지원으로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다.

잼버리 대원과 우리대학 학우에게 큰 기억으로 남은 지원 중 하나는 처갓집양념치킨(이하 처갓집)이었다. 지난달 10일 처갓집은 푸드트럭 4대에 치킨 500마리를 준비해 우리대학 기숙사 앞을 찾아왔다. 기숙사와 잼버리 단체의 협조를 통해 모든 잼버리 대원에게 치킨을 나눠준 후 여분의 물량은 학우들에게 배부했다. 

처갓집 신동욱 회장은 “잼버리 뉴스를 보다가 전 세계에서 온 어린 학생들이 폭우에 우비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마침 태풍으로 인해 준비하던 프로모션이 취소돼 푸드트럭 운용에 여유가 있어 서울시립대학교에 연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는 잼버리 대원뿐만 아니라 이들을 품어준 시립대 학생들에게도 치킨을 제공해 이번 일이 두 단체에게 좋은 교류를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잼버리 대원 Yu ChangHan(18) 씨는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시립대에 오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최선을 다해주는 학교 관계자들과 친절히 우리를 맞이해준 형과 누나들 덕분에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임남희 생활관장은 “대학기숙사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투자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대학 기숙사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노아(NOAH: Neo-shelter On Academic Hous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이는 우리대학 기숙사를 언제든 이재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대학만의 목표이다”라고 말하는 한편 “이 프로젝트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부족한 기숙사를 늘리고 공익성을 갖춰 이 같은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동연 수습기자 
dyk0826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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