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부국장
정재현 부국장

요즘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진상’ ,‘무개념’, ‘민폐’, ‘갑질’ 등을 비판하거나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만연하다. 그런 콘텐츠를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정상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행태가 무고한 이에게 발현할 때 형성되는 ‘어이없음’은 우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매체들에 달린 댓글들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있다. 원색적인 비난이나 핀트가 어긋난 조롱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연, 진상들은 도를 넘은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일까.

분명 나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사람이었다. 착하고, 쾌활했으며, 재밌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내게 그에 대한 험담이 들려왔다. 그가 인성이 좋지 못하고, 속이 좁고, 매사 시비를 거는 이상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분명 그를 음해한 세력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정말로 우리가 진상이라 부르는 짓을 일삼던 그였다. 그리고 나는 선택의 기로에 들어섰다. 주변인들은 내게 그와 관계를 끊으라는 말을 수없이 던져댔으며 그는 내게 아무렇지 않은 듯 대했다. 도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내가 양쪽에 비판받지 않을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내 결론은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뿐이었다. 그에게는 당신의 행동이 비판받고 있으니 고치길 바란다며 다그쳤고, 다른 이에게는 그가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양쪽에게서 썩 달갑지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솔직히 너는 내 입장을 더 생각해줘야지”, “그의 좋은 모습은 전부 위선이다”라는 목소리가 양쪽에서 들리자 나는 결국 침묵하고 말았다. 합의점은커녕 상황만 나쁘게 만든 것 같았다. 나 또한 같은 인간이기에 내가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은 어영부영 갈등이 묻혔고,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적어도 나와 양쪽의 인간관계 파멸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복잡하다. 다만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면’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악마 같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천사 같은 사람일 수 있다. 존경하는 아버지는 과거 군 장교로 복무할 당시 폭력의 온상 속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고 회고했다. 누구든 부당한 가해자가 될 수도, 불쌍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절대 옹호하거나 두둔하지 않지만, 어쩌면 뉴스에 등장하는 악독한 범죄자들도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입체성이 무서워지는 시점이다. 어디선가 내 머릿속을 뒤집어놓은 한 문장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입체적인 사람이라 평가하지만, 남에 대해서는 극도로 평면적인 사람으로 간주하고 평가한다”.  


정재현 부국장 
kai71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