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대학원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학문의 즐거움』을 소개한다. 저자인 히로나카 교수는 일본의 두 번째 필즈상 수상자(1970년 수상)로 세계적인 수학자다. 책이 처음 나온 시기는 1982년이고 한국에서 출판된 것은 1992년이다. 40년 전의 오래전 책으로 처음 읽었을 때의 소감과 요 근래 다시 읽었을 때의 추가 느낌을 얘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 전부 다 잊어버리는데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대학원 시절의 얘기를 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첫 논문을 썼는데 학계에서 혹평받은 경험,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일반이론으로 확장하는데 약 2년을 썼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해결해 버리는 바람에 2년을 날려버린 에피소드다. 

2년을 통째로 날리는 경험을 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위대한 연구 결과를 이룩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책 제목인 학문의 즐거움에서 보여 주듯이 창조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잘 설명했다. 논문이나 책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 설계, 프로젝트 완성, 상품개발 등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창조의 결과를 접하고 있다. 가게를 열어서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손님을 끌기 위한 여러 수단과 홍보 전략들도 다 창조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여러 조언과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을 어떻게 이겨나가는가가 저자가 준 가르침이었다고 기억한다.

41년이 지났지만 연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이 책은 여전히 훌륭한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번째 읽음에서는 약간 다른 느낌도 받았다. 

이웃 일본에서 필즈상 수상자가 두 명이 나오고도 11년이 지난 1981년에서야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연맹에 최하위인 1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41년 만에 한국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눈부신 발전을 하여 지난 2022년엔 국제수학연맹 최상위인 5그룹(12개국)에 선정된다. 자국의 대학교육으로 필즈상 수상자를 키워낸 것은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이스라엘, 이란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준다.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는 특이하게도 학부 시절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수많은 과목에서 F를 받았다. 그러다 위상수학 과목을 듣고 순수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와있던 헤이스케 교수의 수업을 들은 후, 본격적인 수학자의 길을 결심하게 된다.

책에서의 일본은 상당한 자부심이 곳곳에서 넘쳐났었고, 실제로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었다.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미국을 압도하던 상황이었다. 80년대의 일본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K-POP, K-문화로 현재 세계적으로 집중을 받고 있다. 마치 80년대의 일본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도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바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두 번째로 읽은 후에 느낀 추가 소감이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일본처럼 40년 후에 우리도 미래에 어떤 위치에 있을지 알 수 없다. 개인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발전의 기회와 위기 상황이 동시에 온다고 생각된다. 개인이나 국가나 항시 자만심은 금물이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주제가 좀 무거워졌다. 추가로 교양 도서로 읽기 편하며 재미나게 보았던 책인 마틴 가드너의 『이야기 파라독스』와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추천한다. 추천 도서로부터 수학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제목| 학문의 즐거움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출판| 김영사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410.99 히955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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