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기 독자위원회_ 제787호를 읽고

이번해 우리대학의 여름방학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추경 확보부터 잼버리 대원 수용, 동아리 단톡방 성희롱 등 기삿거리가 넘쳐났다. 그런 만큼 서울시립대신문의 개강호를 펼쳐볼 날을 고대했다. 쏟아지는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유일한 학내 언론이기 때문이다.

787호의 보도면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사안을 빠짐없이 다뤘음은 물론 다양한 시각의 학내외 인터뷰이를 취재했다. 특히 캠퍼스 반사경이 제 기능을 못한다거나, 그동안 대학원 총학생회가 부재해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학교에 닿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 독자들의 생각이 미처 닿지 못했을 문제도 공론화했다.

애정을 담아 쓴 기사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사회면의 청년공무원 기사는 대학신문의 정체성에 맞게 2030세대가 바라본 사회문제를 다뤄 흥미를 유발했다. 더불어 풍부한 취재에 기반해 글을 유기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했다. 이외 기사에서도 다양한 취재원과 참고자료, 유려한 문장을 통해 기자들의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알차게 구성된 787호에서 찾을 수 있는 바이라인은 고작 6개뿐이다. 6명이서 12면의 지면을 채우기 고됐을 텐데 별 탈 없이 개강호를 발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기자들의 버거운 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난 기사도 존재했다. 여유가 없으면 남의 시선에서 돌아보는 자세 역시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보도를 제외한 지면에서는 독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첫째로 아이템 선정이 독자보다는 기자의 관심사에 입각해 이뤄진 듯하다. 특히 보도면을 제외한 지면에서는 왜 하필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이번호’에 ‘해당 주제’를 다뤘는지 읽는 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학술면을 보자. 서울시립대신문이 제주도의 탄소중립정책에 대해 보도해야 하는 이유는 기사를 봐도 알 수 없다. 단지 기자가 초청을 받아 제주도에 방문했다는 서술뿐, 주제 선정 배경에 대한 설명은 부재하다. 문화면의 신문박물관 전시 기사도 마찬가지다. 주의를 환기해야 할 첫 문장은 단순히 기자가 전시를 관람했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독자가 해당 전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초점을 두고 도입을 끌었다면 훨씬 읽고 싶은 기사가 됐을 것이다.

둘째로 글의 핵심을 나타내는 제목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경우가 있었다. 사회면에서 자살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기사는 제목에 주제 단어조차 들어있지 않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군 인권 기사는 여러 번 다뤄 온 주제인 만큼 제목에서 기존과 다른 기사의 특징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풍부한 내용에 비해 단순한 제목이 아쉽다.

여유가 없는 만큼 독자를 고려하기 어려웠을 테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거친 만큼 기자들의 역량은 더욱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이제는 시야를 밖으로 넓혀 기자가 아닌 독자의 시선에서 신문을 바라보자.


채효림(경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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