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年 우리 몰랐day] 우리 몰랐day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2011년 『치매관리법』이 제정됨에 따라 9월 21일이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되기 이전까지 해당 날짜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치매극복의 날을 시작으로 매년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치매극복의 날 기념행사, 걷기 대회, 전국 치매 건강강좌 등 여러 행사가 펼쳐진다. 
 

▲ 정밀검진을 마친 환자가 치매 판정을 받는 모습이다.
▲ 정밀검진을 마친 환자가 치매 판정을 받는 모습이다.

기자는 이번 치매극복의 날을 기념해 치매안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봤다. 수많은 이들이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치매 정밀검진을 위해 해당 센터를 방문했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방문한 이들과 치매 정밀검진을 위해 방문한 이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단지 예방에 그치는 활동의 참여자들은 환한 미소로 서로를 마주했다. 한편 정밀검진 대상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정밀검진을 완료한 환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치매 판정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위험한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매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자리를 옮겨 신체 정보를 측정하고 지문을 저장해 실종 시 원만한 발견과 귀가가 이뤄지도록 대비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과 보호자에게서 밝은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봉사활동 중 기자를 놀라게 한 것은 치매 정밀검사의 내용이었다. 환자 중 대다수가 자신의 이름과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멀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환자들에게 의사는 치매 판정 결과만 반복할 뿐이었다. 환자들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채로 보호자를 바라봤고 보호자는 익숙한 듯이 환자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었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와 보호자가 이미 알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치매를 받아들이게 했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가족과 센터에 이르러 치매 판정을 듣는 순간까지의 과정에서 보호자가 느꼈을 감정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자라는 직책으로 센터에 서 있기 이전에 기자 또한 한 명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환자와 보호자를 향한 연민은 피할 수 없었다.

봉사활동에 임하기 전까지 치매극복의 날이라는 명칭에 의문을 품었다. 치매  자체는 극복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방과 지연만 가능할 뿐이지 병 자체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치매를 극복한다는 기념일의 의미는 모순이다. 하지만 극복은 질병에 대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활동 중에 깨달았다. 

자신의 인지 능력이 사라져간다는 걸 인정하고서 묵묵히 센터에 발을 딛는 그들에게, 치매 판정을 받자 얼른 죽어야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그들에게, 치매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세월의 무게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친 그들의 보호자들에게, 기계적으로 매일 같은 내용의 진단을 내리는 그들의 의료진에게 스스로를 극복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오는 21일은 환자는 앞날의 두려움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보호자는 무거운 마음과 지친 몸을, 사회는 환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는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극복은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용기, 차분하고 배려 깊은 마음이 담긴 시선에서 비롯되는 것을 유념하자.


김동연 수습기자 
dyk0826000@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