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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몽실언니』, 『나쁜 사마리아인들』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제9회 ‘금서읽기주간’이 독서의 달을 기념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졌다. 이는 일주일 동안 역사상 ‘금서’가 됐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주간이다. 과도한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억울하게 금서로 지정된 책들이 있다. 이에 『순이 삼촌』, 『몽실언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어봤다. -편집자주-

한국판 홀로코스트를 고발하다

과거 주인공 상수를 돌봐줬던 친척 아주머니 ‘순이 삼촌’이 일주도로변 옴팡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들은 순이 삼촌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이유, 제주 땅에서의 참극을 알고 있다. 1948년 5월 10일 총선을 거부하고 방해한 사건들이 제주 전역에서 일어나던 때였다. 

순이 삼촌을 비롯한 무고한 제주도 주민은 제주도 좌익 무장 세력과 군경 양편의 등쌀에 시달렸다. 결국 좌익 무장 세력과 군경들의 갈등이 극에 치닫자, 군경은 토벌대를 이끌고 제주도를 봉쇄했다. 우익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일주도로변의 옴팡밭에 던져졌고 무자비하게 총질 당했다. 죽은 줄 알았던 순이 삼촌은 살아 돌아왔지만 지독한 수난은 이어졌다. 

아기를 가지고 굶주림에 시달리며 과부의 몸으로 마을을 재건해야 했다. 순이 삼촌은 옴팡밭에서 농삿일을 시작하며 납탄과 잔뼈를 30년간 골라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순이 삼촌은 결국 옴팡밭에서 음독해 세상을 떴다. 30년 전 끝난 삶을 간신히 유예하고 있던 한 사람의 비극이었다. 

『순이 삼촌』이 공개된 1978년은 4.3사건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언급 자체가 금지되던 제4공화국 시절이었다. 이에 『순이 삼촌』은 공개된 이후 14년간 금서로 봉인됐고 책을 집필한 현기영 작가는 군 보안기관에 끌려가 고문까지 당했다. 문학이 진실을 고발한 대가였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낳은 ‘사람들’의 비극

일제로부터 막 해방된 시점, ‘몽실이’는 가난한 집안의 장녀였다. 아버지 ‘정씨’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주정뱅이 일일노동자였다. 어머니와 몽실이는 정씨의 부재를 틈타 기차를 타고 도주했다. 새로운 동네로 간 몽실이는 새아버지 ‘김 주사’를 만난다. 동생 ‘영득이’가 태어나자 몽실이는 김 주사에게 폭행당해 한쪽 다리를 다쳐 절게 됐다. 

이후 몽실이는 이리저리 치이다 ‘북촌댁’이라는 새엄마를 얻었다. 심성은 고왔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북촌댁은 결국 전쟁 도중 ‘난남’을 낳다 사망했다. 몽실이는 홀로 난남을 길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에서 불구가 돼 돌아온 정씨까지 책임지게 됐다. 몽실이는 구걸을 하는 등 생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아버지는 결국 병원에 가지 못하고 사망했고 몽실이는 식모살이로 난남을 끝까지 부양하려고 애썼지만 결국엔 난남을 부잣집에 양녀로 보냈다.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몽실이는 구둣방 꼽추 남편과 만나 결혼한 후 타지의 동생들과 연락하며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걸친 격동의 시기 사회적 약자가 겪어야 했던 외로운 비극을 사실적으로 담은 『몽실언니』는 1980년대 연재 당시에 뜬금없이 용공도서*로 간주됐고 많은 도서관에서 사라지게 됐다. 인민군을 인간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분량은 연재 당시 검열·삭제당했고 현재도 머리말에서만 검열된 내용을 간략히 확인할 수 있다. 전쟁에 남한 사람을 넘어 북한 사람까지도 희생됐다는 권정생 작가의 메시지가 온전히 담기지 못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은 어디인가

자유 무역과 경제를 기반으로 한 세계화로 우리는 유례없는 평화와 풍요를 누리고 있다. 만약 이런 경제체계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세계화에서 우위를 점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 자국의 정책을 강권하며 이용하려는 행태를 성경 속 사마리아인 이야기에 빗대어 ‘나쁜 사마리아인’이라고 표현했다.  

선진국들이 밀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상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소득 불평등을 증대했다는 것이다.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개발도상국에 가혹한 제재를 계속해서 가하며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발한다. 장하준 작가는 책을 통해 선진국이 제안하는 경제 논리를 따르지 말고 각국의 고유한 상황에 맞게 주도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2008년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됐다. 반미 성향을 드러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해당 도서는 단순히 반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위시한 주권 국가들이 타 국가에 강요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한다.

*용공도서: 공산주의의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그 정책에 동조하는 도서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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