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박물관 ‘뮤지엄 산’이 있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독학했음에도 일본 건축학회상, 프리츠커상, 미국 건축가 협회 금메달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그는 1969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한 후 빛의 교회, 퓰리처 미술관, 물의 교회 등 다수의 거작을 설계했다.

뮤지엄 산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청춘’이란 이름의 안도 다다오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의 구절인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에서 영감을 받았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청사과 동상은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안도 다다오의 소망을 나타낸다. 뮤지엄 산과 전시 청춘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스타일과 신념을 온전히 담고 있다. 빛과 물의 건축가이자 노출 콘크리트의 시인 안도 다다오의 ‘청춘’ 전시를 소개한다.
 

▲ 청사과 동상에는 “永遠の青春へ(영원한 청춘에게)”라고 적혀있다.
▲ 청사과 동상에는 “永遠の青春へ(영원한 청춘에게)”라고 적혀있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학

안도 다다오 건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노출 콘크리트다. 이를 보여주듯 뮤지엄 산은 입구부터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다. 노출 콘크리트란 건축물의 구조체로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표면에 마감재를 덧붙이지 않고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이렇게 외관에 구조체가 노출되면 건물 하중을 견디는 건축물의 골조가 온전하게 드러난다. 중력을 이겨내는 구조체의 모습을 봄으로써 관람객은 건축물에 작용하는 중력과 더불어 그것을 견뎌내는 건축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안도 다다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특유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잿빛 콘크리트임에도 칙칙하고 어둡다는 인상보다 깔끔하고 세련됐다는 인상을 풍긴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미학은 여백의 미로도 정의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벽체는 넓고 깨끗한 하나의 면이다. 그 때문에 뮤지엄 산의 창문 역시 각 벽면의 가장 윗부분이나 중앙부에 긴 선형모양으로 나 있다. 박물관 전시공간으로 향하는 통로를 걷다 보면 양옆이 창문이 없는 노출 콘크리트임을 인식할 수 있다. 

시야가 오직 앞을 향해서만 열려있어 외부환경으로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동선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과함을 덜어낸 벽면을 통해 관람객이 걸어가는 길에 전념하고 다음 전시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빛의 교회와 유사한 뮤지엄 산 ‘빛의 공간’. 천장에서 십자가 빛이 쏟아진다.
▲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빛의 교회와 유사한 뮤지엄 산 ‘빛의 공간’. 천장에서 십자가 빛이 쏟아진다.

빛과 물이 건물을 만날 때

노출 콘크리트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지나면 안도 다다오의 교회 시리즈가 나온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대표적인 교회 작품은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다. 작품명을 보면 알 수 있듯 안도 다다오는 환경적 요소를 주제로 한 건축물을 주로 설계했다. 

그러나 환경적 요소가 건축물의 주가 된다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재료는 역시나 노출 콘크리트다. 노출 콘크리트와 환경은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다. 무채색의 인공품인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환경의 결합에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보면 빛과 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조화롭게 어우러짐을 알 수 있다. 

우리대학 건축학부 이충기 교수는 “노출 콘크리트가 배경의 역할을 해 환경적 요소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면은 거대한 백지와 유사하다. 이 위로 빛과 물의 환경적 요소가 올라가게 되면 마치 여백 위에 피사체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빛의 형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안도 다다오가 선보이는 빛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서 변한다. 뮤지엄 산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공간’이 있다. 빛의 교회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빛의 공간은 구름의 위치, 일조량이 변할 때마다 다른 공간인 것처럼 변화한다. 

노출 콘크리트 위로 떨어지는 빛은 선명해졌다가도 금세 흐릿해진다. 빈 십자가 공간을 메우는 색 역시 마찬가지다. 구름이 가득한 순간에는 십자가 공간이 흰색으로 채워지다가도 구름이 사라지면 파란빛으로 변한다. 관람객은 실시간으로 빛에 의해 공간이 변화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안도 다다오는 물을 단순히 시각적 요소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에 들어가면 낙차에 의한 물소리가 들린다. 청각적 경험을 하나의 조경 요소로 만들어 마치 시의 공감각적 심상을 건축물에 끌어다 놓은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모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자리에 구형의 일부가 솟아있다.
▲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모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자리에 구형의 일부가 솟아있다.

청춘은 삶의 굴곡에 바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는 안도 다다오의 성공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9.11 메모리얼 파크 공모전에서 낙선한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처럼 입상에 실패한 프로젝트도 함께 전시돼 있다. 낙선하거나 시공되지 못한 기획안이 전시된 이유는 이번 전시 주제가 청춘이기 때문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시인의 말처럼 비록 실패했던 순간이더라도 안도 다다오의 마음은 언제나 푸른 청춘이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그의 낙선작은 아무리 세계적인 건축가라도 모든 순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굴곡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남는 것은 아니다. 9.11 메모리얼 파크로 시공되지 못한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설계도는 뮤지엄 산의 ‘명상관’ 건축에 이용됐다. 

이처럼 실패는 언젠가 성공의 발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뮤지엄 산 건축가 소개글에서 안도 다다오는 뮤지엄 산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 전시에 그의 낙선작이 함께 전시된 것도 이와 상통한다. 관람객들이 실패와 좌절에 침체되지 않고 안도 다다오의 청춘을 바라보며 다시 재충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청춘은 마음의 상태다. 한순간의 내리막길에 좌절하지 않고 언제나 푸르른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전시를 관람한 김희주(22) 씨는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감상 소감을 전했다. 

안도 다다오 특별전 청춘은 다음달 29일까지 열린다. 치열한 현실에 마음이 지쳐가는 것이 느껴진다면 푸른 청춘의 힘을 품은 전시 ‘청춘’을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


전혜원 수습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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