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빵집은 ‘Tips! If you liked London Bagel Museum’이라는 문구와 함께 팁을 넣는 유리병을 계산대에 비치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가게는 팁 유리병을 없앴다. 호출용 택시 플랫폼 △타다 △아이엠 △카카오택시도 택시 기사에게 팁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팁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팁 문화, 소비자들은 싸늘한 반응

‘팁(tip)’이란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일정 대금 이외에 추가로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하지만 팁 문화가 생소한 한국에 해당 문화가 도입되며 소비자들의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7월 여론조사 플랫폼 더폴이 2만 29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팁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61.1%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0일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 서베이의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 도입」에 의하면 71.7%가 ‘반대에 더 가깝다’고 응답했다.

단순히 팁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팁 박스를 둔 카페를 방문한 A씨는 “팁을 안 주면 음료에 해코지할까 두렵다”며 “팁에 따라 받는 서비스의 급도 달라질 것 같다”고 팁을 주지 않았을 때 발생할 상황을 걱정했다. 팁 박스를 가게 안에 놓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업주들은 팁 박스를 둘 때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 서울시 이태원동의 한 음식점에 팁 박스가 놓여있다
▲ 서울시 이태원동의 한 음식점에 팁 박스가 놓여있다

국내 팁 문화가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이국적인 문화를 선호하기에 업주들도 그에 따라 가게 디자인의 요소로 팁 박스를 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게 내부를 유럽풍과 미국풍으로 꾸미고 모든 문구를 영어로 써놓은 카페와 식당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 B씨는 “가게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서 영어 사용은 필수적”이라며 “가게를 예쁘게 꾸미면 소비자들이 더 많이 방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한글이 보이지 않는 매장 내부
▲ 한글이 보이지 않는 매장 내부

하지만 소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가게를 방문한 대학생 C(24) 씨는 “메뉴판까지 모두 영어로 작성돼 메뉴의 이름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영어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노인은 아예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이국적 문화를 따라가려는 업주들의 욕심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단순한 인테리어로 보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고 이야기했다. 

법 위반과 사회적 피해 야기할 수도

팁 문화가 보편화되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계속된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배달 요금과 포장 요금 등 각종 서비스에 붙기 시작한 요금도 소비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은희 교수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에게 팁까지 지불하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팁이 소비자가 지불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유동 가격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과거에는 고정된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했으나 팁 문화가 도입되면 유동 가격까지 고려해야 해 혼란을 초래한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유동 가격을 선호하지 않기에 팁을 지불해야 하는 가게를 찾지 않게 된다”며 “결국 팁 문화의 고착화는 장기적으로 업주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부 식당의 팁 문화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식품위생법』 제57조 7항에 따르면 일반 음식점 등 모든 식품접객업소에서는 가격을 표시할 때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등을 별도로 표기할 수 없다. 이를 음식 가격에 포함해 최종 지불가격을 표기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강제로 팁을 요구하거나 팁 요금이 포함된 계산서를 팁 요금이 없는 것처럼 속여서 계산하는 행위는 위법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식품접객업소에서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는 행위는 실제 메뉴판에 안내된 가격이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가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어 『식품위생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팁 문화의 의미 변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따라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법률에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팁 문화가 일반화되면 미국처럼 점원에게 기존 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고 나머지를 팁으로 채우게 하는 업주들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많은 팁을 내는 소비자에게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서비스의 의미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팁 문화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종업원의 외모와 태도에 따라 팁 차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은희 교수는 “한국에서 종업원의 월급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일한 시간만큼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며 “약 3천원으로 최저임금이 매우 낮은 미국과 한국 팁 문화는 매우 다른 문제”라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팁 문화의 본격적 도입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일상에서 배달 요금 지불이 당연해졌듯 팁 문화가 고착화되면 소비자는 팁 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은희 교수는 “독점기업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이 팁 문화를 도입하면 팁 문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며 “업주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과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박혜빈(29) 씨는 “팁 문화를 도입한 가게는 가고 싶지 않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소비자가 팁 지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업주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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