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흉기와 폭력을 휘두르는 ‘이상동기’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강간살인이, 성남시 분당구의 서현동 일대에서는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전국적으로 이를 모방하는 범죄예고 글이 SNS에 등록되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찰청 사이버국은 지난달 25일 ‘살인 예고글’ 관련 469건을 수사했고 228명을 검거, 22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TS 멤버의 영상을 보던 팬이 지하철에서 고성을 질러 테러로 오인한 시민들이 대피하고, 팔꿈치 보호장치를 장착한 시민을 흉기 소지로 착각해 신고하는 등 오인 신고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불안감의 원천이 된 이상동기 범죄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대낮에 범죄가 일어난 신림동 공원에 걸린 현수막. 순찰 외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처: 뉴스1
▲ 대낮에 범죄가 일어난 신림동 공원에 걸린 현수막. 순찰 외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처: 뉴스1

근본적인 해결 ‘무력’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이상동기 범죄 예고 글이 전국적으로 등록되며 전국 14개청 43개소에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이 배치됐다.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전국 11곳에는 장갑차가 배치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다중이용시설 등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 3444곳을 선정해 자율방범 등 경찰 총 2만 2098명을 배치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된 후 고성현(21) 씨는 “재빠르게 근절돼야 할 범죄지만 도심에 장갑차가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무장경찰이 돌아다닌다고 하면 안전지대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정부시에서는 한 중학생이 불심검문을 오해해 달아나다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제36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게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할 것”이라며 “이상동기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 조직을 치안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다음해 중으로 38구경 권총과 저위험 권총을 포함해 지역 경찰 5만 명이 1인 1정의 권총을 소지하게 할 예정이다. 저위험 권총은 9mm 구경 경찰용 권총으로 저위험탄을 기본 운용 탄환으로 사용한다. 플라스틱 탄두를 사용하는 저위험탄은 발포 시 성인 남성 기준 허벅지 약 7cm를 관통하며 이는 몸을 완전히 관통하는 실탄 위력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경찰도 저위험 권총 사용이 달갑진 않다. 고성경찰서 조정우 순경은 “경찰관의 권총 사용 기피 이유는 민·형사상 책임과 감찰 조사의 불이익”이라며 “저위험 권총이라도 무기인 것은 변함없기에 사용 매뉴얼과 민·형사상 소송 및 감찰 부분에서 법률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경찰학과 재학생 김보경(21) 씨도 “막연한 무력제압은 피의자의 신체적 권리와 인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범죄행위의 법익침해가 상당하기에 무력 제압은 불가피하지만 경찰 또한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제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여주기식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신동준 교수는 “기존 장비와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저위험 권총이 없어서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 해당 권총의 보급으로 이런 사건들이 예방될 수 있을지 냉철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SNS에 올라온 살인예고 글. 작성자는 본인이 지적장애인이라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출처: 트위터)
▲ SNS에 올라온 살인예고 글. 작성자는 본인이 지적장애인이라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출처: 트위터)

생활밀착형 안심정책의 향방은

관악구는 여성 1인 점포 안심벨 설치 등의 여성안심안전특별구 관악사업을 통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사업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관악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악구 최인호 구의원은 “도시재생과의 안심골목길 사업이 여성안심귀갓길과 같다”며 사업 폐지를 주장했다. 관악구 정경순 여성가족과장은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서와 협업해 범죄 피해가 빈번한 지역을 선정하는 것으로 도시재생과의 사업과는 다르다”고 반론했지만 이번해 관악구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예산 7400만원이 전액삭감됐다. 

관악구에서 벌어진 신림동 강간살인 피의자 최씨는 CCTV 사각지대를 노렸다. 해당 장소는 공원과 연결된 등산로로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최 의원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상벨과 CCTV를 설치하고 사각지대 없는 시설물 배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관악구 주민 A씨는 “다른 정책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여성안심귀갓길을 폐지한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거주지 근처와 도심에서도 이상동기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생활밀착형 안심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무차별 범죄 대응 시·자치구 구청장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자치구와 경찰청과의 협업으로 △경찰청 지정 범죄예방강화구역 160개 △여성안심귀갓길 353개 △CCTV 미설치 치안 취약지역(CPTED) 전수조사를 통해 범죄예방환경디자인 대상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CCTV 확충 등 치안 인프라 개선으로 불안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동기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무차별 범죄 대응 시·자치구 구청장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은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의 분노, 좌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 및 정신건강전문요원과 협업해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위험 판단 등을 위한 ‘무차별 범죄 예방 TF팀’이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피의자가 전부 정신질환자는 아니다. 지난 2017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동기 없는 범죄 수용자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적 개입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서 14개 교도소에 수감된 이상동기 범죄자 60명을 조사했다. 

이 중 46.7%는 정신 병력이 있었지만 나머지 53.3%는 무직, 미혼 등 사회·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다. 신동준 교수는 “아노미 이론의 시각에서 볼 때 불평등과 차별, 박탈 등으로 좌절을 겪는 사람이 많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용인되지 않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할 원인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들도 등장했다. 서현역에서 14명을 살해 및 상해 입힌 최씨는 자가에 살며 주식투자를 이어왔으며 범행 수일 전 ‘심신미약 감경’을 검색하기도 했다. 정신적 질환도, 사회적 어려움이 없음에도 ‘이상동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감경 없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가석방과 사형폐지 등 피의자에게 관대한 법적 처분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중단됐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는 20년 이상 복역 시 가석방이 가능하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대해 “사형제 위헌 여부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결정 이후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A(23)씨는 “언제 범죄자가 출소해 보복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법이 피해자들을 보호해주고 피의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신 교수는 “가혹한 처벌을 하는 사회가 더 나은 사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극단적인 분노를 가진 이들을 사회 내로 통합해 사회성을 함양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했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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