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수습기자
김동연 수습기자

기자는 기사에 사견을 담지 못한다. 온전히 내 마음을, 생각을 글에 담지 못한다. 사견을 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내 감정을 억누른다. 내 행복을, 슬픔을 드러내지 못한다. 기자로서 다가간 상대는 사람이 아닌 인터뷰이로 대해야 하고, 사람으로서 생긴 정서는 인터뷰어라는 경계에 막혀 전하지 못한다. 행복한 마음에 둥글어진 글씨는 차가운 원고지에 곧게 펴져야 하고, 슬픈 마음에 고인 눈물은 원고지 속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지난 몰랐day 코너를 작성하며 찾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설움을 느꼈다. 각자의 삶에서 가장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이를 기억하지 못해 공허한 환자의 눈빛과, 언제나 지켜온 각자의 신념과 기억이 부정당해 분개하지만 애써 허무한 표정을 감추는 환자의 표정과, 서로 쌓아온 삶의 기억이 이젠 자신에게만 남아 무너진 마음에 자신을 기억조차 못 하는 상대를 책임져 지친 몸이 더해진 보호자의 인상이 내게 전해졌다. 

내 가족과 미래가 떠올라 취재하는 기자로서 유지하던 평정심이 요동쳤다. 하지만 원고지를 일그러뜨릴 수 없기에 눈에 고인 감정의 진물은 그대로 삼켜야 했다. 취재 현장에서도, 기사를 구상하며 걷는 길에서도, 원고지를 채우는 책상에서도 혹시 다시 동요될까 두려워 당시 기분을 복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꾹 눌러 담은 감정을 이제야 풀어 글로 옮긴다. 어릴 적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나열하듯 작성한 기사 같은 일기가 지금은 기사를 쓰며 쌓인 응어리를 배출할 수 있는 일기가 돼 기쁜 마음이다. 기자로서 사견을 담지 말라는 말이 감정을 지니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충분한 감정을 가지고, 풍부한 정서를 가지되 편향되지 않은 기사를 위해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기자 개인의 생각이 담기는 순간 글씨체는 바뀌어 객관적 사실은 뭉개지고, 글씨는 번져 진실을 감춘다. 그렇기에 본분을 되찾아 기사에 사견을 담지 않는다.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김동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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