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경 편집국장
신연경 편집국장

응답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허덕이는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취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쉽게 지치기도 하고, 스스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기대에 합치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정서적인 관계든 업무적인 성과든 말이다. 누군가에게특별한 기준 이상의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릴 때야 누군가의 가족과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지만 성인이 되면 기본적인 ‘성인식’을 치러야 사회적으로 사랑받는다. 대한민국의 기이한 성인식은 대학 입시와 취직, 결혼 등 으레 웃어른들이 ‘해야지’라고 말해오는 구전들에 의해 굳건히 남아있다.

취직을 예로 들어 보자. 어학성적과 자격증은 기본에 학점은 물론 각종 활동으로 본인의 특별함을 어필해야만 사회인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 난관을 지나쳐도 다음 단계들이 무수히 눈 앞에 줄지어 있다.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다. 지치고 투정하는 목소리가 달팽이관을 타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순수했던 열망과 진정 원하는 것은 무얼지 떠오르지 않는 밤이 많아진다. 해야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날은 오기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최선의 도전이 두려웠다. 모든 노력을 쏟아붓기보다 ‘했는데도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실패한다면 돌아올 시선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남는 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무력감 뿐이었다. ‘한번 죽어라 해볼걸’이라는 미련은 언제나 나를 미래가 아닌 과거로 끌고 갔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과거의 기억에 갇혀 선택을 후회하던 시기가 찾아왔다. 많은 고심과 성찰의 끝은 결국 다시 나아가는 것이었다. 후회했던 만큼 더 높이 도전하고 게을렀던 만큼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하자 이제는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한계에 닿고 그 한계를 넘어서보자는 마음은 나에게 어린 시절의 무수한 사랑과 희망이 기다리던 곳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줬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세계가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시대가 흐를수록 청년들은 본인의 세대가 최악의 세대라 말하며 한탄한다. 현대는 냉소와 경쟁이 어우러진 과열 상태다. 우리는 지쳐 있고, 미래가 오기도 전에 미래를 버거워한다. 그럼에도 빅토르 위고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4.25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가 별에 대고 비는 모든 소원에 대한 응답은 적어도 9년의 시간이 지나야 되돌아온다. 먼 우주의 빛이 한순간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꿈도 오랜 노력과 염원과 함께 돌아온다. 이 모든 계절을 흔들리며 통과한 후의 우리는 더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오래도록 헤맨 20xx년의 우리가 우리의 소원에 스스로 응답했기를 기도한다. 


신연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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