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소시] 소사소시는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던 장소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때때로 우리에겐 이 당연한 고민이 작고 크게 찾아온다. 기자는 그럴 때면 어디든 높이 올라가 최대한 먼 곳을 바라보며 울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러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직접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껏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전해진다.

미래에 대한 근심이 불규칙한 주기를 두고 찾아왔을 때 배봉산을 올랐다. 때에 따라 안식처와 운동장, 만남의 장소가 되는 배봉산은 늘 우리대학 뒤편을 지키고 있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구불구불한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오르면 배봉산 정상에 도달한다. 
 

동쪽으로는 오밀조밀한 건물 너머로 망우산, 아차산, 용마산이, 서쪽으로는 지금껏 걸어온 목적지이자 새로운 발걸음을 딛게 하는 우리대학이, 남쪽으로는 중랑천 줄기를 따라 늘어선 주택들이, 북쪽으로는 경희대와 외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며 전경을 보면 서울을 품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기자는 가벼운 몇 걸음에 느낄 수 있는 벅찬 감각을 학우들과 함께 누리고 싶었다. 처음으로 배봉산에 같이 올라온 친구는 같은 과 동기였다.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길에 대해 깊게 물음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냈다. 동기와 나눈 대화의 해답은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곳에 있었다. 
 

어떤 장애물도 없이 쭉 뻗은 다양한 갈래의 길이 그 해답이었다. 배봉산 정상을 시작으로, 우리대학을 기점으로 우린 어디로든 뻗어나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미래를 마음껏 그렸고 벅찬 감동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 번은 다른 과 친구와 배봉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친구는 우리대학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어나가더라도 지구를 돌아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함께 다짐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염려는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이들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가만히 앉아 근심 속에 잠기기보다는 배봉산 정상에 올라 서울과 세계를 아우르는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작은 건물 아래 좁은 책상에 앉아서 하던 고민이 산 정상에서 보면 얼마나 사소한 고민이었는지, 앞으로 걸어갈 길은 얼마나 원대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동연 수습기자 
dyk0826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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