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인 가구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할 때 ‘역세권’만큼이나 신경 쓰는 중요한 인프라가 있다. 바로 편의점이 집 바로 앞에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편세권’이다. 다양한 일회용 잡화나 즉석식품 등을 24시간 동안 판매하는 소매 점포인 편의점은 역내, 도로변, 주거밀집지역 등 어디서든 눈에 잘 띄고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있다.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박성원(21) 씨는 “편의점을 찾지 못해 곤란했던 적은 거의 없다”며 “MT 장소인 산지로 가도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 편의점에 대해 알아봤다.
 

▲ GS25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 서비스인 ‘여성안심 지킴이집’
▲ GS25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 서비스인 ‘여성안심 지킴이집’
▲ CU에서 서비스하는 프린팅 박스
▲ CU에서 서비스하는 프린팅 박스

편의점 성장기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은 1982년 롯데쇼핑에서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시장 앞에 개점한 롯데세븐 1호점이다. 그러나 기존의 소매업인 잡화점이나 구멍가게와 비교했을 때 특출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1984년 적자와 함께 폐업했다. 

그러나 1992년 방영된 MBC 인기 드라마 [질투]에서 인기 배우 최수종 씨와 최진실 씨가 편의점에 방문해 컵라면과 김밥을 먹는 장면으로 대중들은 편의점을 매력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은 점포 수를 점차 늘려가며 소매업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강영선 교수는 “편의점은 시간과 공간의 편의성을 가졌다”며 “인구가 몰리는 곳에서 재고회전이 빠른 식료품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맞춰 편의성을 확대한 전략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인 가구의 급증도 편의점의 주된 인기요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는 약 15.5%였으나 지난해에는 약 34.5%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편의점의 매출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1999년 편의점 매출은 약 1조 1096억원이었다. 

지난해 주요 편의점 4사에서만의 매출이 약 22조 2648억원으로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편의점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023년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에 따르면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16.6%로 13.3%를 기록한 대형마트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강 교수는 “대형마트는 제품의 구매 단위가 크기 때문에 구매 후 이동뿐만 아니라 소비에서도 1인 가구에는 부담이 된다”며 “1인 가구는 소량구매와 근거리 쇼핑이 가능한 편의점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성비를 갖춘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 등을 출시하면서 1인 가구 소비자를 공략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소매업을 넘어

편의점은 소매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영상 콘텐츠들이 성행 중이다. 편의점 씨유(이하 CU)가 제작한 20부작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은 CU 아르바이트 9년 차인 ‘하루’가 겪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묘사해 큰 인기를 끌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편의점 고인물의 누적 유튜브 조회수는 1억 회를 넘겼다. KBS2TV에서 방영 중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는 우승작을 편의점 GS25와 콜라보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인 여러 서비스를 통해서도 소비자를 유입하고 있다. △택배 △ATM △배달 △교통카드 구매와 충전 △안전상비의약품 △프린팅 △휴대용충전기 대여 등의 서비스를 전부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강영선 교수는 “나날이 심해지는 시장경쟁과 온라인 쇼핑·모바일 쇼핑으로의 소비자 이동으로 각 편의점의 매출은 감소했다”며 “택배나 의약품, 프린팅 등의 서비스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이 그를 이용하며 상품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편의점에 많이 방문케 만들어 부가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박성원 씨는 “중고 거래로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편의점에 들른 김에 음료수 등 먹거리를 구매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 보호 서비스에도 손을 뻗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의 일산서부경찰서는 GS25 편의점과 범죄예방 및 관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의 특성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의 범죄예방·보호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일산서구 관내 GS25 약 80개 점포에 알림판을 비치하고 △성폭력 ‘상담 챗봇’ 바로 가기 QR코드를 통한 피해자 보호 및 신고 활성화 △아동학대 예방 △스토킹 범죄 근절 △가정폭력 피해자 권리 고지 안내 △청소년 해당 나이 안내 등을 시행 중이다. 

더 넓은 안전망 필요해

야간과 주말에도 언제나 이용 가능하다는 점은 편의점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몇 가지 문제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먼저 편의점 근로자를 위협하는 치안 문제다. 

편의점 점주 권상만(40) 씨는 “야간 알바생들이 취객이나 수상한 사람들에게 직·간접적 위협에 시달린다며 자주 호소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도 “늦은 새벽에 일하는 중에 유사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들어와 아주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에 편의점 근로자를 위해 더 넓은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 씨는 “무다이얼링 전화나 비상벨이 매장 내에 있긴 하지만 확실하게 물리적 보호가 가능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급여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강북구 노동인권 네트워크가 발표한 「강북구 편의점 노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강북구 105개 편의점에서 근무한 노동자 중 57.1%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경진(21) 씨는 “일에 능숙해졌음에도 수습기간이라 말하며 최저시급을 안 줬다”며 “수습기간을 마치고 나서도 주휴수당을 계산해주지 않고 급여 지급도 빈번하게 지연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편의점의 기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넓어지는 편의점의 영역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맞춰 안전한 편의점을 만들 수 있는 적절한 장치들도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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