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인구소멸 예정’ 국가라고 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우리나라뿐. 한 해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데드 크로스’가 시작된 지 오래다.
 

▲ 지난 25일 우리대학 직장어린이집이 점심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피크닉 앤 민속놀이’ 행사를 개최했다. 교직원들과 자녀가 함께 식사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 지난 25일 우리대학 직장어린이집이 점심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피크닉 앤 민속놀이’ 행사를 개최했다. 교직원들과 자녀가 함께 식사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출산율 0.6명대 진입 직전, 정부 대응은?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15세에서 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계산한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이어 8월 발표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3개월의 짧은 기간 내에서도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 2021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며 대한민국이 유일한 0명대 국가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원회)는 ‘저출산 5대 핵심 분야’를 선정했다. 저출산위원회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 보육 확대 △일, 육아 병행 지원 제도의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 △신혼부부 주택공급 및 자금지원 확대 △부모 급여 지급 △자녀장려금 지급 기준 개선 △난임 지원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2024 예산안」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17조 59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배정된 14조원에 비해 25% 이상 인상된 금액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저출산 지원 법안은 전부 계류 중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난임 휴가의 확대와 유급휴가 전환, 국가의 시술 비용 지원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14건, 보육비 비과세 지원법안은 19건 발의됐지만 전부 소관위원회에 넘어가지 못했다. 

2분기 출산율이 발표된 이후 지난 18일 개최된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저출산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은 “그간의 저출산 정책은 추상적, 백화점식 사업”이라며 “저출산은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총체적 난제”라고 발언했다. 이어 “초저출산 시대 기업이 가족친화경영을 선언할 필요”를 언급하며 “가족친화경영이 플러스가 되도록  정부가 기업에게 실질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가 민간 기업과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사라지는 이유

과거에 비해 인프라와 의료·사회적 여건이 좋아졌음에도 출산율은 어째서 낮아지고 있을까.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며 취업을 통한 커리어 개발과 일상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집중하는 현상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된 것이다. 다만 개인의 정서적인 변화가 저출산의 원인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대학 사회복지학과 정혜숙 교수는 “의료 시설의 개선과 무관하게 저출산 현상 자체는 청년의 근본적인 어려움과 결핍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출산을 논하기 전, 결혼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에 먼저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비혼주의 청년이 늘어나는 데 출생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순리”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에 따르면 미혼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남성 40.9%와 여성 26.4%가 ‘결혼 자금 부족’을 1위로, 2위로는 ‘결혼 필요성 못 느낌’을 13.3%와 23.7%가 꼽았다. 지난해에는 전체 청년의 63.6%가 결혼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53.5%는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김병훈(30) 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막대한 양육비가 걱정이 된다”며 “번듯한 집도 없는데 언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지도 문제”라는 착잡한 현실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을 “결혼과 출산을 위한 기반을 다져주지 못했기 때문에 비혼과 저출산, 경제적 상황 악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자녀를 원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만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적인 기반으로 어떤 것이 필요할까. 첫 번째는 아이를 낳은 가정에 대한 복지다. 서울특별시에 이어 두 번째로 합계출산율이 낮은 부산광역시는 지난 3월 새학기부터 다자녀 가정에 지원되던 학교무상 우유급식사업을 중단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농림축산부가 「2023년 학교우유급식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하며 지원 대상에 다자녀가정을 포함한 기타 항목을 삭제한 것이다. 부산시에서 미성년 아이 셋을 기르는 김재희(49) 씨는 “사소한 복지 하나가 줄어들면 차츰 가계 부담이 쌓인다”며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에서부터 복지가 늘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비판 여론에 부산시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으로 20억원을 확보해 무상 우유급식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양육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현재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의 사업장은 직장 내 어린이집(이하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의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연간 최대 2억원의 강제금이 징수된다. 근로복지공단의 「전국 직장어린이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과 사기업 내 직장어린이집은 1291곳이다. 

우리대학도 교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제도와 직장어린이집 등을 통해 보육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우리대학 교직원 B(39) 씨는 “출퇴근을 아이와 함께하고 아이가 아플 때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 안심하고 근무하고 있다”며 “육아시간 단축근무제도, 가족돌봄휴가 등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라 직장이 아이를 함께 키워주는 것 같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온라인 미팅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지만, 벌금이 (운영비보다) 싸다”는 최영준 CFO의 발언이 유출돼 논란을 빚었다. 실제로 무신사는 서울시 성수동에 구축 중인 신사옥 내 직장 내 어린이집 건립 계획을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직장어린이집이 있어도 경쟁이 치열해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워킹맘 C(35) 씨는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지원자가 많아 후순위로 밀려나면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오느라 지각하는 날에는 업무 면에서도 트집이 잡힐까 봐 무섭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아이와 부모를 지지해줄 수 있는 정책으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 이윤석 교수는 “정부와 사회가 부모가 내리는 (커리어와 양육 간) 결정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질의 복지도 동반돼야 한다. 이어 “기본적인 건강, 보육, 교육 영역의 정책들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를 위해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에 출산 급여 등 현금 지급성 정책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기보다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 형성을 통한 보육 인력 확보도 해결 방안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노인들은 퇴직 이후 전문대학 등에서 학위를 취득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손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서울시에도 실버산업을 연계한 보육 시설이 등장했다. 

구로구에 위치한 미림유치원은 동산노인복지관을 통해 시니어 인력을 고용해 5년째 ‘실버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다. 정혜숙 교수는 “육아에 익숙한 노인 세대와의 연결과 대학원 이상 학위를 취득해야 보육 시설 종사가 가능한 서유럽의 사례를 통해 고급 인력을 보충해 보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부모가 아이의 보육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개인의 시간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보육과 의료에 대한 공공성이 저하되며 폐업하는 소아과와 어린이집이 늘었다. 저출산도 영향을 미쳤지만, 저출산 시대니 ‘돈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풍조가 됐다.  정 교수는 “지역 사회부터 국가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환영해주고 함께 케어해 준다면 저출산 극복에 대한 희망을 가꿔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데드 크로스를 극복하고 골든 크로스*로 나아가기 위해서 공동체의 협력이 절실하다.

*골든 크로스: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증가하는 현상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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