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지던 ‘MZ’라는 단어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와 언론에서 쏟아져 나온다.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은 앞다퉈 MZ세대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기획하며 MZ세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MZ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어 청년세대의 반감 또한 상승 중이다.
 

▲ 업무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는 MZ세대의 모습을 풍자한 SNL의 [MZ오피스] 장면(출처: 쿠팡플레이)
▲ 업무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는 MZ세대의 모습을 풍자한 SNL의 [MZ오피스] 장면(출처: 쿠팡플레이)

MZ세대, 구체적인 정의조차 어려워

MZ란 M세대(Millennials)와 Z세대(Gen Z)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MZ세대 연구기관인 대학내일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공개한 「트렌드 MZ 2019」에서 MZ세대 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이후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M세대를 1981년부터 1995년 출생자로, Z세대를 1996년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자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해 기준 약 14세부터 42세까지의 인구가 MZ세대에 해당한다. 실제로 광범위한 집단이 MZ에 해당하나 M세대와 Z세대는 하나의 세대로 묶일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2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한국 사회의 세대 구분에 대한 인식 조사」에 의하면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이 ‘귀하는 MZ세대의 연령대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하한선의 평균 나이는 16.1살, 상한선의 평균 나이는 30.7살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 연령대 응답자의 68%가 ‘M세대와 Z세대가 비슷한 가치관과 경험 및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Z세대 응답자의 61%는 ‘M세대와 Z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현재의 MZ세대 구분 기준은 각 세대 구성원의 개성을 유의미하게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M세대와 Z세대는 겪은 시대적 사건들이 달라 서로의 현실과 문화에 공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MZ세대가 청년세대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라는 용어는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규정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직장인 A(41) 씨는 “MZ세대란 말을 젊어 보이고 싶을 때 사용한다”면서도 “MZ세대를 의미하는 나이대가 광범위해 특정 세대만을 의미하는 용어는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뉴스와 기사에서도 MZ세대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겨레 신문 선담은 기자는 “언론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MZ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부수적인 말을 붙여 청년세대를 나타내는 것보다 세대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직관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화로 고통받는 청년들 

일부 MZ세대에 대한 편견이 세대 전체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사무실에서 에어팟을 끼고 일하며 상사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거나 회사 생활을 담은 유튜브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MZ세대의 모습을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으나 청년세대 내에서는 과도한 풍자가 불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생 B(23) 씨는 “주변에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MZ세대의 모습을 한 사람은 없다”며 “일부의 잘못을 세대 전체의 특성으로 규정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청년세대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혐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콘텐츠에서 MZ세대에 대한 무분별한 풍자가 계속된다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소통은 아예 단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의 발달로 모든 콘텐츠 내용은 밈(meme)*화 돼 미디어 내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콘텐츠는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한 사례를 일반적인 인식과 연결 짓는다”며 “선입견에 사로잡힌 콘텐츠를 제작해 청년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MZ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은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임동균 교수는 “콘텐츠에서 MZ세대를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면 실제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회구성원 간의 사회적 간극을 지나치게 확대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편견에서 벗어나 청년세대를 포용해야

청년세대만의 특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만큼이나 그들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려는 존중도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세대는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특성을 공유한다. 그중에서도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특화돼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고 하는 성향이 대표적 특징으로 꼽힌다. 

임동균 교수는 “현 기성세대는 MZ세대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90년대에는 당시 청년이었던 X세대가 비판받았던 것처럼 새로운 세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습관”이라며 “MZ세대라는 말이 남발되는 것 또한 유행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와 달라진 현재 청년세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임 교수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수도권 거주가 힘들어졌고 과거에 비해 취업도 어려워졌다”며 “과거 세대보다 개인적인 손해를 감내할 경제적·심리적 여유가 줄어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상황을 고려해 사회가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회 초년생 신분인 청년세대가 사회생활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담은 기자는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직장 생활에 적응할 수는 없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제언했다. 

부족한 측면을 개선하려는 청년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선 기자는 “조직 차원의 역량을 떨어뜨리는 개인주의적 행동을 할 때도 분명히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청년세대도 조직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여 만든 문구ㆍ사진ㆍ영상 따위. 또는 그것을 퍼뜨리는 문화 현상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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