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고독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사한 이들은 2017년 2412명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3378명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21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해당 실태조사에서 2017년 이전의 자료는 찾아볼 수 없고 보건복지부의 조사가 이뤄지기 전 고독사와 관련해 실시한 통계 및 연구는 지자체 수준에서 그쳤다. 특히 청년 고독사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 청년고독사가 발생한 집. 일반적인 가정집과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제공: 특수청소업체 두손모아)
▲ 청년고독사가 발생한 집. 일반적인 가정집과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제공: 특수청소업체 두손모아)

늘어나는 청년 고독사

고독사 예방법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사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망 후 방치됐다는 비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고독사’보다 ‘고립사’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일본을 언급하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재언 교수는 “고독사는 사망 이후에 집중하는 단어지만 고립사는 사망 전 관계 고립, 개인적 문제 등 사망 원인에 집중하는 단어기에 고독사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고립사의 사용을 지향해야 한다”며 원인에 대한 진단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20대 고독사 비율은 전년 대비 0.2% 증가했고 ‘연령별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에서는 56.6%를 기록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음에도 발견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8년 발표된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 동향 2018」에 따르면 51%의 노인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고독사의 경우 기존 질환이 급성 악화해 사망에 이르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반면 청년 고독사는 막대한 부채와 취업 실패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경우가 많다. 취업난이 지속되며 늘어가는 청년들의 구직 스트레스 또한 청년 고독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인 고독사와 청년 고독사는 원인을 달리하기에 고독사가 발생한 현장 또한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수청소업체 두손모아 박성균 대표는 “청년 고독사의 경우 대부분 극단적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방이 정리된 경우도 많고 유서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 고독사 발생 횟수 또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품 정리 및 청소를 위해 집을 방문하며 사망자의 정보를 확인한 결과 재작년부터 청년 비율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업계 종사자로서 청년 고독사의 증가를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청년이 살아가기엔 너무 작은 우산

고독사 예방법 시행 이후로 고독사 방지를 위한 많은 정책과 서비스가 시행됐다. 고독사 예방법 제4조 2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현황 파악, 고독사 예방 및 대응 등 각 단계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조문이 명시돼 있다. 대전광역시는 독거노인 응급안전 안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천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의 경우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부 살핌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인공지능의 전력 통신 데이터 사용 패턴 분석으로 평상시와 다른 사용 패턴이 감지되면 동복지플래너에게 알림을 전송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해당 사업들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해 청년은 여전히 고독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노인 고독사와 청년 고독사는 원인이 다르기에 예방 역시 다른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 유재언 교수는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취업 실패,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월세 부담 등이 있기에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외된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는 한정적이다. 서울에서 홀로 거주하는 A(28) 씨는 “대학에 입학하며 상경한 뒤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찾으며 혼자 살고 있다”며 “취업난에 의해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과 갚지 못한 학자금대출도 큰 부담이지만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인간관계로 기댈 곳이 없다”고 외로움을 토로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소외된 청년들의 고립 극복을 위해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운영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소수의 지자체에 그칠 뿐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미래가 죽어갑니다

청년들의 잇따른 죽음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유재언 교수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청년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다”며 “청년들의 죽음은 노동력 부족, 저출산 같은 문제를 악화시켜 미래 사회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제시하는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인구수는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청년 내 고독사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실정이다. 또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죽음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연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1일 평균 5분에 불과했다. 또한 2019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의 세 배에 달하는 27.7%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의 고립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가구가 형성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에 맞춘 정책과 사회 인식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진숙 교수는 “홀로 기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사회적 안전망과 사적인 관계망들이 튼튼한 사회에서는 고독사가 적다”며 “지금의 한국 사회처럼 개인과 가족에게만 고독사 위험에 대한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의 위험을 낮추려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적 고립도: 조사대상인구 중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


김동연 수습기자 
dyk0826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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