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나 보도부장
이세나 보도부장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을을 맞이해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알록달록 물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들을 바라보자.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평소라면 바라볼 겨를이 없었던 풍경의 일부가 돼 삶의 여유를 느껴보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은 하루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국제교육원에서 만난 대만 친구는 나에게 “한국 친구들은 왜 이렇게 바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생이 됐으면 이젠 자유를 즐겨야 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성공 중독’에 걸려서 다들 힘들게 사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대학에 가면 고생 끝’이라는 말은 옛날 말이 됐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학에 갔으니 고생 시작’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게 됐다.

과거 우리 삶은 미로와도 같았다. ‘성공’이라는 도착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방식이 있었고 그에 맞춰 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사회가 점차 개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개개인도 그에 발맞춰 다양한 삶의 양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유는 곧 책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또 다른 선택과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맞물려 돌아가 마침내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 대학은 성공에 다다른 미로 속 마지막 갈림길이었지만, 현재 대학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황량한 사막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주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그것을 왜 하게 됐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다들 하길래 뭔가 나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불투명한 미래에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은 막막함 속에 머물러 있다. 어떻게든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나선 이들도 다른 이가 가진 것이 자신에게는 없고 자신이 가진 것이 다른 이에게는 없다는 사실은 잊은 채 단지 뒤처지지 않고자 남들이 사는 삶을 사는 이들이다. 막상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그들 세상 속 이방인일 텐데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만큼 세상을 알게 된다고 생각해 본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보는 만큼 알게 된다’라는 말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 보는 건 어떨까. 인간은 스스로가 무엇을 보는가에 따라 행동이 변화하고, 행동이 변화하면 정신도 변화한다. 시선은 시력과 달리 자라고 성장한다. 세상이라는 뜨거운 태양을 향해 앞에 있는 사람의 그림자에 숨어 가기보단 고개를 돌려 열기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을 모색해 나아가야 할 때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일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요, 우리.


이세나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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