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의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은 뜨거운 감자다. 배우자나 부모, 자녀라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두 성인 간 동의가 있다면 가족으로 함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위 법안은 보다 다양한 이들이 함께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해당 법안이 실효성을 갖게 된다면 사실혼이나 동거 관계에 있던 이들도 장례를 치르고, 보호자로 인정받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여러 복지 정책의 대상이 된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더 이상 핵가족의 범위 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750만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비친족 가구 수는 51만 4천 가구로 10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예상을 넘어선 수치는 우리가 더 빠르게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온존하는 구래의 제도와 법령은 고통을 남긴다. 사실혼 관계는 공공보험과 연말정산, 재산분할 문제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성애를 바탕으로 하는 사실혼과 동거 관계도 이런 수준에 머무르는데 우정, 동료애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는 얼마나 경시받고 있을까.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담은 『외롭지 않을 권리』에서 황두영 작가는 “국가와 사회는 행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한정된 삶의 방식 안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고 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는 이 틀의 구태의연함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가족으로서 함께할 권리조차 논의받지 못하는 존재도 있다. 해외 이주 노동자다. 국내에 부족해져가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소중한 존재임에도 그들이 가족과 결합해 살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지 않고, 결혼 이민 여성들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미등록 이주민, 불법 체류 문제가 생기지만 여전히 관련 법률은 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립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구성권연구소는 “국가가 가족제도를 어떻게 운용하고 정책화하는가는 어떤 시민을 보호하는지, 어떤 관계를 사회에 이로운 관계로 위치짓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국가가 가족 제도를 통해 ‘시민과 비시민’을 구분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많은 사람의 삶을 차별적으로 만드는지를 비판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같이 살 수 있다. 행복으로 귀결되는 공동의 목적과 함께할 상대만 있다면 누구나 말이다. 이미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가가 편협하게 정의된 정상성에서 벗어난 삶의 형식을 외면하고 억압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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