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즐비한 현대식 고층 빌딩과 아파트를 보면 우리나라가 1953년 휴전협정 직후 아무것도 없었던 세계 최빈국이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믿기 힘들다. 이처럼 눈부신 발전의 시작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시행한 새마을 운동을 중심으로 이뤄진 산업화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관을 상전벽해라 할 만큼 바꾸었다. 우리대학 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지리학자 Dege의 카메라’에서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우리나라의 모습을 만나봤다. 

데게 교수와 우리의 인연 

독일 지리학자 에카르트 데게 교수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독일의 본 대학으로 유학을 갔던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故김도정 명예교수와의 만남에서 시작했다. 데게 교수는 김 교수의 권유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따른 농촌 인구의 사회경제적 조건 및 경관의 변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정책자료 분석은 물론 전국에 걸친 8개 표본마을에서 현지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 

1970년대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수많은 사진을 촬영했으며 일반적인 풍경 사진뿐 아니라 당시의 사람들을 촬영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조사 작업을 수행했다. 이는 전시회장 중심에 전시된 데게 교수의 답사 경로와 TV로 송출되는 사진들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대학과의 인연은 2013년 우리대학 박물관에서 열린 ‘1950, 서울의 기적’ 전시였다. 우리대학 박물관 황경미 학예연구사는 “6.25전쟁 휴전 60주년을 기념해 전쟁이 남긴 상흔보다는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때로는 밝게 일상을 지켜온 평범한 사람들을 담은 1950년대의 사진을 소개한 전시”라며 “당시 우리나라에 체류 중이던 데게 교수는 해당 전시를 관람하고 본인의 사진자료 기증처로 우리대학 박물관을 마음에 품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월 우리대학 박물관에 데게 교수가 필름과 사진 약 2만 2천장을 기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 데게 교수의 우리나라 답사 경로
▲ 데게 교수의 우리나라 답사 경로

사진으로 연결한 50년의 세월

전시에서는 50년 전 사진과 지난해의 사진을 비교하며 우리나라 전국 팔도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황경미 학예연구사는 “지난해 우리대학 학생과 독일 교환학생이 짝을 이뤄 데게 교수가 찍었던 사진 속 장소에서 현재 모습을 비슷한 구도로 촬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서울을 제외한 각 지역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첫 번째로 푸른 바다가 돋보이는 부산광역시의 모습이 보인다. 1970년대 당시 경부고속도로의 중심축이자 해상 무역의 핵심지였던 부산 도심은 고층 빌딩을 제외하면 50년의 차이를 참작하더라도 현재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사진을 통해 1970년대에도 피서를 위해 많은 사람이 해운대 해수욕장에 방문했음을 알 수 있다. 부산과 달리 강원도는 산업화의 영향이 늦게 미쳤다. 강원도의 주요 도시인 춘천시와 원주시의 사진에서도 현대식 건물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의 사진들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과도기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75년 촬영된 경기도 수원시 화서문 일대 전경을 보면 농지로 활용하던 곳이 정리되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는 변화가 잘 나타난다. 전라도의 경우 경부고속도로가 지나지 않음에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산업화가 많이 진행됐다.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돼 석유공장들이 대거 들어서며 빠르게 도시화된 여수시가 그를 잘 보여준다. 경상도의 도심들도 산업화가 잘 이뤄진 듯했다. 그중 울산시청 일대를 보여주는 1971년의 사진은 전술한 수원시의 모습처럼 농지가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다음으로 서울의 사진이 방대한 규모로 전시돼 있다. 데게 교수가 우리나라에 거주할 때 살았던 연남동 자택 인근과 우리대학이 위치한 동대문구 등 서울 각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강북 도심에 집중돼 있던 개발이 강서와 강동, 강북 전체로 뻗어나가다 강남까지 닿고 있는 현장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황 학예연구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민적으로 노력하며 산업화와 도시화가 퍼져나갔다”며 “도심에는 고가도로와 빌딩이 채워졌고 주거와 교통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의 삶도 그에 따라 변화했다”며 전시의 관전 요점을 이야기했다. 
 

▲ 서울 각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 중 일부, 데게의 사진과 같은 장소에서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함께 전시돼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서울 각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 중 일부, 데게의 사진과 같은 장소에서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함께 전시돼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번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지리학자 Dege의 카메라’는 10월 3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연말까지 연장된다. 황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관악구에서 3번 이상 오신 어르신 관람객도 있다”며 “지속적인 관람객의 호응과 다음달 26일 한·독수교 기념일과도 맞춰 연말까지 전시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전시는 해외교류전으로 독일 현지에서도 소개된다. 우리대학 박물관과 동일한 전시가 본대학교에서 다음달 6일 개막하며 베를린한국문화원의 수교기념전시에도 일부 소개된다. 살다 보면 어떤 장소의 옛 모습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거나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열어보는 앨범처럼, 우리대학 박물관에 방문해 전 국민의 마음속 앨범에 들어있는 장소를 찾아보자.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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