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카롱과 크로플에 이어 이제는 탕후루까지, 현재 우리나라는 디저트 전성시대다. 식후에 아메리카노와 딸기 케이크를 즐겨 먹는 이서영(25) 씨는 “밥을 먹고 난 후 디저트를 먹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디저트를 과하게 먹으면 살이 찔 걸 알지만 단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단맛

1960년대에는 지금의 백화점 상품권처럼럼 설탕 상품권이 존재했다. 1970년대까지도 설탕에 개별 소비세를 부과하는 등 설탕은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국내 설탕 공장 증가로 설탕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값싼 가격으로 설탕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설탕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달달한 디저트의 인기가 많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장인한과’의 약과는 온라인에서 400팩이 약 5초 만에 매진되며 ‘약켓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오픈해 매장의 이국적인 외관과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로 화제가 된 ‘말똥도넛’도 평일 20~30분 대기는 기본이며 주말에는 주차 대란이 일어날 만큼 인파가 몰린다. 

설탕을 함유한 달콤한 디저트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단맛은 화학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을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오윤신 교수는 “단 음식을 섭취할 때 뇌는 쾌락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 세로토닌을 분비한다”며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 때문에 디저트를 즐겨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희영(52) 씨는 “나이가 들어도 디저트를 먹을 때 행복하다”며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자주 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유튜브와 틱톡 및 인스타 릴스에서는 디저트를 포함한 음식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탕후루의 경우 과일과 설탕이 메인 재료이기에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콘텐츠 제작 진입 장벽이 낮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정보성 콘텐츠뿐만 아니라 과일 대신 추석을 보내고 남은 전과 고기, 약과 등에도 설탕 코팅을 입혀 먹는 이색적인 콘텐츠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5~53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식생활」에 따르면 Z세대의 66.1%는 주 1회 이상 음식 관련 콘텐츠를 접했다. 탕후루를 좋아하는 윤재서(16) 씨는 “유튜브 먹방 영상을 보고 탕후루에 대해 알게 됐다”며 “탕후루 먹방을 계속 보다 보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 늦은 시각 사람들이 탕후루를 먹기 위해 줄 서있다.
▲ 늦은 시각 사람들이 탕후루를 먹기 위해 줄 서있다.

디저트의 달콤한 유혹, 질병의 늪으로 가는 지름길

현대인들에게 밥을 먹고 카페에 가는 것은 익숙한 일상이다. 그러나 달콤한 디저트 뒤의 건강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사업자별 영양성분 정보제공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무디와 에이드류 29개 제품의 당 함량은 평균 65g 수준으로 1일 적정 섭취량인 50g의 약 1.3배다. 

피자나 치킨,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콜라에는 △탄산가스 △설탕 △과당 △향료 △나트륨 등이 첨가돼 있으며 이는 355ml당 35g의 당을 함유한다. 500ml만 마셔도 1일 적정 섭취량을 충족하는 것이다. 쫀득한 꼬끄 사이에 필링을 넣어 만든 뚱카롱은 개당 무려 100g의 당이 들어간다. 오윤신 교수는 “당을 함유한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혈당이 급증한다”며 “당 대사의 이상이 지속되면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성인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 분석에 따르면 6~11세의 여자 어린이의 40.3%가 하루 총열량의 10%까지만 당류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을 초과하여 당류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과도한 당을 함유한 음식은 대체로 고열량이며 이는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기 지방세포의 분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이후 세포의 크기가 증가한다”며 “증가한 세포의 수는 줄어들지 않아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영양이 과잉 공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당 섭취 자제하려는 노력 필요

귀하게 여겨졌던 설탕은 이제 우리 일상에 흔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설탕을 이용한 디저트는 ‘설탕 과소비’의 주역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설탕 과소비 문제 등을 질의하겠다며 국내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김소향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에 소환하는 일도 발생했다. 오윤신 교수는 “지속적인 디저트 섭취는 더 많은 쾌락을 느끼기 위해 과도하게 설탕을 갈구하는 설탕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탕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러한 설탕 중독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설탕세를 도입했다. 아동비만과 당뇨 등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의 섭취 식품에 일정 양 이상의 당을 첨가할 시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인 것이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설탕세와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개인의 절제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용재 평론가는 “당 음식에 대한 완전한 대처는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규칙을 정해 단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경우 더욱 강력한 절제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자기 절제가 어려운 성장기에 단맛을 즐기는 식습관이 형성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바꾸기 어렵다”며 “이에 성장기 시기부터 껍질째 과일을 먹거나 덜 달게 먹는 식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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