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기본소득당은 용혜인 의원을 필두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하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이어 5월에는 정의당이 장혜영 의원을 대표로 『가족구성권 3법』을 제안했다. 법안들은 부모와 배우자, 자녀라는 구성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족을 형성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정상’ 가족의 틀을 넘어선 ‘비정상’ 가족의 인정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입장을 살펴봤다.

결혼, 유행 지났다? 

지난 8월 발표된 통계청의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사회 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에서 전체 청년의 63.6%는 결혼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53.5%는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참고기사: 제789호 6면 「인구절벽으로 질주하는 대한민국 ‘골든 크로스’를 꿈꾸며」). ‘정상’인 핵가족의 구성을 위한 필수 요건, 결혼과 출산은 성립되지 않은 지 오래다. 
 

▲ 자발적으로 이뤄진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보여주는 ‘조립식가족’(출처: tvN)
▲ 자발적으로 이뤄진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보여주는 ‘조립식가족’(출처: tvN)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월세 지원, 전세금 지원과 더불어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가가 인정하는 가족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동성 부부와 미혼모, 이를 넘어 ‘성애’가 구성 요건의 주가 되지 않는 집단은 여전히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기본소득당의 생활동반자법은 성년인 두 사람이 중대한 상황에 보호자로서 동반 가능함과, 입양 등을 통해 가족을 꾸릴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정의당의 『가족구성권 3법』은 생활동반자법을 포함해 『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으로 공적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한다. 현재 민법 상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으나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는 수리되지 않는다. 

혼인평등법은 민법을 일부 개정해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모자보건법을 일부 개정한 비혼출산지원법은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 등 보조생식술 시술 대상을 난임 부부로만 한정하는 현행 법률을 개정해 임신을 원하는 여성 누구나 출산할 권리를 갖게 한다.

현재 생활동반자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상정됐으며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6월 법사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에 관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변인은 “성별과 사랑을 전제하지 않는 개인 간 관계에 집중하는 팍스 제도를 바탕으로 생활동반자법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1999년에 프랑스는 「프랑스 시민 연대 계약」(PACS, 이하 팍스)을 시행하며 법적인 결혼 외에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팍스 제도로 가족을 꾸린 커플은 약 30만 건이며 2019년 팍스 커플의 출산율은 1.73명에 달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비친족 가구* 수는 51만 4천 가구로 가구원 수만 따지면 100만명이 넘는다. 친구나 애인, 동료와 거주하는 경우라면 전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께 살던 이가 사망해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거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동의권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지혜 대변인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사실혼, 친구 관계 등 함께 살며 생계와 돌봄을 나누는 관계라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로 메워지지 않는 돌봄의 공백을 해소하고 전통적 가족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의 해체와 확장의 간극 

핵가족만이 정상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방영 중인 MBC의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가 1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지난해 3월 tvN은 ‘조립식 가족’이라는 예능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족이 된 혼자도, 결혼도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여줬다. 해당 예능에서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동거한 커플, 삶의 전반적인 루틴을 함께하며 누구보다 서로를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친구,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오고 있는 동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동성혼 부부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1인 가장도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외국으로 가 동성혼을 한 커플의 사례와, 친구를 입양해 함께 사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자발적 미혼모를 뜻하는 ‘초이스맘’ 열풍도 불고 있다. 신지혜 대변인은 “현재 대한민국 가족의 가장 주된 가구는 1인 가구로 오히려 타인과 연결될 기회 자체가 소멸 중”이라며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며 외롭지 않을 환경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스로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꾸릴 권리인 ‘가족구성권’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성정숙 운영위원은 가족구성권이 ‘서로 돌보며 살아갈 권리’임을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공동체의 형태 내에서 차별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생활동반자법,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되며 고무적인 변화에 보람을 느끼지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의 성애적 관계’로 규정되는 지점은 여전히 다양한 돌봄의 관계가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이성 간, 혼인 위주의 제도를 통해 특정한 가족형태만을 인정하고 있다. 해외 이주 노동자들도 가족구성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부족해지는 국내 노동력에 중요한 존재임에도 그들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거나, 불법 체류 문제로 곤란을 겪는다. 신지혜 대변인은 “이주민 관련 사안은 대한민국 국민과 다름없는 권리와 의무 부여에 대해 별도의 법률로 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 미성년인 경우도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혼인신고가 가능하기에 민법의 틀을 크게 넘지 않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국가가 나서 여러 가족의 모습을 보장한다면 전통적 가족의 해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A(21) 씨는 “법으로 여러 삶의 형태를 보장하는 건 좋지만 사람들이 가족의 결성과 이별을 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해당 가족에게서 태어난 아이 등 구성원이 겪을 고통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헤테로** 부모의 유무가 아이의 성장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까.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8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동거 체제가 퍼지며 동거 가정의 자녀가 분명 결혼 가정의 자녀보다 성적과 일탈 면에서 떨어졌다”며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동거 개념이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안정되며 그 차이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특정 방식이 도입된 초반에 해당 출신 구성원들은 전통적 방식의 구성원들에 비해 여러 지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에는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는 것이나 국제결혼, 이혼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며 “새로운 형태의 구성원들이 전통적인 것보다 지표상 떨어지는 것을 그 형태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사회는 굉장히 빨리 달라지고, 새로운 형태는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용인된다”며 “그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있다고 단정짓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가족의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홀로 아이를 키우는 1인 가장 윤민채 씨는 “분명 정형화된 가족이 아닌 우리에 대한 무례한 시선이 있지만 우리 가족이 아니면 됐다는 마음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해체를 겪은 B(19) 씨는 “스스로 혼자 살기를 택하는 사람도 많지만, 후천적으로 이혼이나 사별 등을 통해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며 “전자에 비해 후자에 대한 동정적, 부정적 감정이 더 심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개인은 개인으로만 봐주는 사회적 시선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누구나 사랑한다면

사람들이 가족을 꾸리기를 결정하는 대상인 삶의 동반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윤석 교수는 “가족은 경제적 공동체, 공통의 정체성, 집단 구성 및 유지의 노력, 자녀에 대한 육아의 요소로 이뤄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 구성 유지를 위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비혼이 늘어났고 결혼하더라도 출산하지 않는 딩크족이 등장하며 육아는 필수가 아니게 됐지만, 선행된 세 가지 요소가 우리가 가족에게 느끼는 의무와 감정임은 여전하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형태의 관계도 오랜 시간 서로를 중요하게 여기며 현대적인 의미의 진정한 가족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은 억압적으로 개인의 미래를 결정해왔지만 이제 그런 원칙은 없다”며 “(가족을 꾸릴) 청년들이 스스로 확인하며 때로는 실패해보고, 사회는 낯설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이들을 실패하더라도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민채 씨는 "함께할 때 행복하다면 누구나 삶의 동반자”라며 “그 모습이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행복의 방향이 같다면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비친족 가구: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이들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
**헤테로: 여성과 남성, 즉 이성 간의 성애적 관계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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