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는 ‘교내 외부인 관련해서 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거동이 수상한 외부인(이하 거수자)이 지속해서 우리대학을 돌아다니며 빈 강의실 컴퓨터로 불법 도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우들은 “이쯤 되면 출입문을 강화할 때가 된 것 같다”, “자유롭게 열린 출입문으로 인해 벌어진 당연한 문제다” 등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 외부인이 강의실 내 컴퓨터를 이용해 불법 도박을 했다. 강의실 내 컴퓨터는 비밀번호 없이 사용 가능하거나 비밀번호가 주변에 적혀있어 강의실이 개방돼 있으면 외부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외부인이 강의실 내 컴퓨터를 이용해 불법 도박을 했다. 강의실 내 컴퓨터는 비밀번호 없이 사용 가능하거나 비밀번호가 주변에 적혀있어 강의실이 개방돼 있으면 외부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제786호 서울시립대신문은 문이 잠기지 않은 건물에 외부인이 출입해 야기된 문제를 보도했다(▶참고기사: 제786호 2면 「활짝 열린 문, 외부인 증가할 수밖에. 건물 내 출입금지 표시 소용없어」). 거수자가 우리대학 건물을 드나들며 문제를 일으킨다는 목격담이 여럿 제기되며 외부인 출입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격자 A씨는 “지난 7월 21세기관에서 근로할 때부터 봤다”며 “지난달 14일 오후 3시경에도 21세기관에서 마주쳐 처음에는 당연히 대학원생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 10분경 미래관 501호에서 해당 강의실 컴퓨터로 바카라 진행 영상을 보며 불법 도박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었다”며 “여기서 컴퓨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니 컴퓨터 사용기록과 설치 프로그램을 제거하곤 사라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래관 경비근무자 B씨는 “학생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A씨에게 에타에 글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현장에서 직접 잡으려면 제보가 필요해 건물별 경비실 연락처 기재도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강의실은 도어락으로 단속되고 학과 사무실에서 관리하기에 경영대학에서 거수자를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영대학은 총무과에 해당 사안을 전달하고 CCTV를 열람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현재 총무과는 거수자에 대한 정보를 경비근무자 전체에게 공유했고 순찰 중 거수자의 강의실 및 실습실 무단 이용 현장을 발견한다면 즉시 퇴실 조치를 하도록 안내했다.

거수자가 일으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각 구역 경비근무자에게 확인한 결과 21세기관과 정보기술관에서도 강의실에 무단출입해 음주 및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대학 학우 C씨는 “정보기술관에서도 경비근무자가 몇 번이고 쫓아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박현준(경영 22) 씨도 “거수자가 미래관 지하 화장실에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며 “당시 화장실에 들어가다가 깜짝 놀라 다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거수자의 인상착의는 다음과 같다. 빨간색 반소매 상의와 어두운색의 운동복 바지, 삼선슬리퍼를 착용한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우리대학은 외부인 출입에 관한 내부규정이 없다.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유지할 의무가 있기에 소란행위에 대해 자제 요청을 하고 심할 경우 퇴거 요청 및 경찰에 신고 처리를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서울특별시 소속기관으로 지역사회와 공공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캠퍼스를 개방할 의무도 있기에 외부인 출입을 강제로 금지할 수 없다. 

총무과 담당자는 “상반된 의무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기에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지는 않는다”며 “면학 분위기를 저해(음주, 고성방가, 수업 방해 등)하거나 학교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한해서는 즉시 퇴거 요청 및 구두 경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유사 행위 발견 시에도 동일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가 가해지는 행위 외에도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열매를 채취하는 등의 행위를 벌이는 외부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3일에는 외부인이 경농관 앞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김성현(환공 20) 씨는 “외부인이 산책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금지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안내 문구가 있음에도 무리한 행동을 하는 외부인을 봤을 땐 학생으로서 난처하다”고 말했다. 

총무과 담당자는 “28명의 근무자가 매일 24시간 교대로 캠퍼스 안전을 위해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수자를 포함해 규정을 위반하는 외부인을 발견할 시 경비 종합상황실(6490-6117) 또는 해당 건물 경비근무자에게 연락하면 된다.


이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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