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해(국사 22)

난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비록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고 고향을 떠나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괴롭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조부모나 부모 세대와는 매우 다르다. 전통적인 가족 및 젠더 배치는 해체되고 있고 더 많은 자유와 더불어 더 많은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 되는 당연한 경로로 간주되던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동일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제니퍼 M. 실바의 『커밍 업 쇼트-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싶다. 저자는 인종, 젠더, 연령이 다양한 미국 노동 계급 100명과 인터뷰를 했다. 불안정한 가족과 시장 안에서 이들 대다수는 ‘치료적 자아’를 형성하고 있었다. 치료적 자아는 노동이나 결혼, 계급 연대 같은 전통적인 통화가 아니라 감정들을 자아 변형 서사로 조직하는 능력을 통해 정당성과 자기 가치를 획득하는 ‘무드 경제’에서 가능하다. 책은 치료 서사의 영향을 받아 고통스러운 가정사를 극복한 노동 계급 남녀를 훌륭한 성인으로 재정의한다. 

이와 같은 성인이 되려면 치료된 자아를 인정해 줄 타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약물에 중독된 부모와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했음을 알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료적 자아를 가진 이들은 성공의 책임이 오직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타인과의 연대보다 짐이 되는 약자에 대해 선을 긋고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공고화한다. 이런 세상에서 리스크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상식에 어긋난 것으로 여겨진다. 

이쯤에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coming up short’란 ‘특정 기준이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이란 뜻이다. 새롭게 정의한 성인이 결국 타인을 배척하는 한계를 지닌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다. 저자는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제도의 수준 미달을 고발하고 있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하려면 이들은 생활 임금, 기초적인 사회적 보호, 미래와 대면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성인기에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성인이 되는 과정이란 결코 개인 또는 가족이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와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독자로서 전달하고 싶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의 불안정화를 초래한 경제 정치변화와 전통적인 젠더 가족 배치의 와해를 야기한 문화 변동을 이해하자. 둘째, 어른이 되는 것을 단지 감정 관리로 환원시키지 말고 불안전 및 상실과 맞서 싸우는 연대된 힘을 기르는 것으로 받아들이자. 셋째, 제도들은 성인기에 이행하는 청년들이 안정된 미래를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마땅함을 인식하자. 그리고 정당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조직적으로 요구하자. 이를 통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구조적인 고통의 근원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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