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이지 않으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각지대’라는 단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두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면 모를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의 무지에서 조용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넓고 푸른 바다다. 여전히 인류는 바다를 잘 모른다. 어마어마한 깊이와 넓이, 수압으로 인해 탐사할 수 없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잘 다룰 수 있는 영역만 돌아다니며 바다에서 수많은 자원을 탐하고 있다. 실제 바다의 규모에 비해 인류가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현 인류는 ‘자신들의’ 바다를 마구 다뤄도 그리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인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을 가지며 ‘자신들의’ 바다가 파괴돼 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환경 관련 콘텐츠에서는 극지방과 밀림이 파괴되는 현장을 주로 제시한다. 실시간으로 줄어가는 극지방의 면적과 벌목과 화전으로 파괴돼 가는 아마존 밀림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저인망 어업으로 어류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부수 어업으로 수많은 어류가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은 잘 비치지 않는다. 

연간 1억 마리의 상어가 포획되고, 상당수가 샥스핀을 위해 지느러미만 잘린 채 바다로 다시 버려진다. 헤엄치지 못하고 상처 입은 채로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죽어가는 것이다. 해양으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비닐과 빨대, 페트병은 그렇게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하면서 연간 60만 톤이 넘는 폐어구들에 대해서는 쉬쉬한다. 폐어구는 본래 목적이 어류를 포박하거나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인데도 말이다. 

슬프게도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인지 매우 낮다. 만약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극이 육지에서 똑같이 일어난다면, 그 파급력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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