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몰랐day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6개의 작은 점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보는 눈이 될 수 있다. 11월 4일 ‘점자의 날’은 1926년 공표된 ‘훈맹정음’을 기리는 날이다. 훈맹정음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은 1913년 시각장애인들의 학교인 조선총독부 내 제생원 맹아부에 부임한 후 교육에 매진했다. 

그는 일본어로 된 점자는 있어도 우리말을 기록할 수 있는 한글 점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당시 평양맹아학교를 운영했던 Rosetta Hall은 한글 점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4점식 점자인 ‘평양 점자’를 개발했다. 그러나 평양 점자는 자음이나 모음을 표기하는 데 종이와 시간이 많이 소비되고, 초성과 종성의 자음이 구별되지 않아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글 점자를 만들고자 결심하며 1920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연구에 착수했다. 1923년에는 제자 8명과 함께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비밀리에 조직해 한글 창제 원리를 공부했다. 그는 “눈이 어둡다고 해서 마음까지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항상 배움을 강조한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이었다.
 

▲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든 ‘훈맹정음’(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
▲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든 ‘훈맹정음’(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

1926년 박두성은 훈민정음 반포일로 추정되는 11월 4일에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공개했다. 훈맹정음은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63개의 한글 점자로, 배우기 쉽고 점의 수가 적으며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는 저서 「맹사일지」를 통해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라며 한글 점자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훈맹정음은 읽기 어려웠던 평양 점자와 달리 6점식으로 만들어진 한글 점자다. 6개의 점이 모인 점자는 세로로 3점, 가로로 2점으로 구성된다. 각 점에 1부터 6까지의 번호를 붙여 사용하고 어떤 점을 돌출시키는지에 따라 생겨난 63개의 점형에는 각각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점자의 날을 기리고 한글 점자가 배우기 쉽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보고자 성북천 분수광장을 찾았다. 제97돌 한글 점자의 날 주간을 맞이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점자를 활용한 디지털 타투를 체험해 볼 수 있었고 책갈피와 열쇠고리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체험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알아보던 중 ‘도서 점역’이라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봤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자원봉사센터와 점자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 온라인 도서 점역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독서 편의 증진을 위해 개인에게 부여된 문구를 점자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점역해보는 것이다. 

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점자에 대한 벽을 쉽게 허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물한다. 기자도 ‘점자세상’ 홈페이지를 활용한 활동을 통해 신비한 점자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점자의 날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의 입이 돼 주는 한국수어의 날도 2월 3일에 특수 언어 법정 기념일로 지정돼 있다. 과거 우리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는 이유로 점자와 수어를 등한시했다. 비록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문자’라는 단어 아래 함께할 수 있고,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6개의 점만으로 우리의 깊은 마음까지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 점자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세나 기자 
lsn030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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