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탐하다

해양 문제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많은 이가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처리수를 방류한 것처럼 폐기물 투하 문제를 생각할 겁니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의 영상이 가리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떠오를테지요.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해양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상업적 어업으로 발생하는 폐어구입니다. 

가장 심각한 해양 쓰레기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부유성 쓰레기들이 원형순환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응집돼 형성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가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놀랍게도 거대 쓰레기 지대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3%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46%의 비중을 폐어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폐어구로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연간 약 4만 4천 톤의 폐어구와 어업 쓰레기가 버려집니다. 생활 쓰레기와 초목 등을 전부 포함하면 연간 14만 5천 톤 정도가 해안으로 유입되는데 그중의 3분의 1이 폐어구와 어업 쓰레기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불법으로 조업한 뒤 폐어구와 폐어망을 버리고 가는 일도 많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경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해경이 중국 불법 어선을 체포하려 하면 중국 어선에서 조업했다는 증거를 없애려고 어구를 버린다”며 “우리나라의 어구는 어구실명제를 적용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거가 가능하지만 중국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폐어구를 무단으로 바다에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산광역시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원기(53) 씨는 “옛날에는 물고기 적재량을 최대로 채우려고 무거운 어구를 고의로 투기하는 일이 많았다”며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유실되거나 그물이 해저 지형에 걸려 배가 전복될 것 같아 일부러 자르고 버리는 일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지면 가라앉거나 떠내려가 수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어구실명제는 부표에 깃발을 띄워 표시하는 방식이며 이를 지키지 않고 몰래 버리면 폐어구를 수거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 바다거북이 버려진 그물에 걸려 포박된 모습
▲ 바다거북이 버려진 그물에 걸려 포박된 모습

조용하게 도사리는 죽음

버려진 폐어구들은 해양 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크게 폐어구 발 미세 플라스틱과 고스트 피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물질이 분해돼 크기가 5mm 이하로 작아진 것입니다. 어구도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 버려졌을 때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합니다. 특히 부자*는 스티로폼 재질로 분해가 빨라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흡입을 통해 식량을 섭취하는 소형 어류가 미세 플라스틱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문제는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미세 플라스틱이 광범위한 종에 퍼진다는 것입니다. 김경신 연구위원은 “미세 플라스틱 축적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인간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현재 연구 단계에 있지만 위협이 될 수 있음은 입증됐다”고 경고했습니다. 

어구의 목적은 어류를 포박하거나 제압하는 데 있습니다. 버려져도 마찬가지죠. 폐어구에 해양 생명체가 걸려 죽는 것을 고스트 피싱이라고 합니다. 박원기 씨는 “배 타다 보면 가끔 버려진 통발을 찾기도 하는데 거기에 물고기 몇 마리가 끼어 죽어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유령어구기구(GGGI)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만 개의 폐어구가 집계됐고 무척추동물의 피해가 가장 커 거의 50만 건에 달하는 폐어구 얽힘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양수산부·환경부·해양경찰청이 수립한 「제3차 해양 쓰레기 기본계획」에 따르면 폐어구에 의해 연간 어획량의 10%가 폐사하고 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대부분 어류는 급선회와 같은 움직임을 못 하는 데다 시력이 좋지 않아 어둡고 거대한 어구에 쉽게 붙잡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자어구실명제 도입, 어구보증금제 시범 운영,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내 어구 포함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폐어구 처리 시설 확충과 친환경 어구 개발, 수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나라에서 불법적으로 조업한 후 폐어구를 마구 버리고 있습니다. 바다는 세계를 이어주고 있기에 언젠가는 모두의 책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구촌 모두가 한마음으로 폐어구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 양식장에서 물 위에 띄워 표지로 삼거나 수산물을 생산하는 데 부력을 유지하는 도구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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