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 실질 연금액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녀를 낳았을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출산크레딧 제도도 일부 변경된다. 기존 제도는 둘째 자녀를 얻었을 때 12개월을 인정하고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추가돼 가입 기간을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계획안에서는 첫째 자녀 출산과 동시에 가입 기간이 12개월 추가되는 것으로 확장됐다. 다만 여성 복지를 위한 연금 제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별 간 연금 불평등이 유발하는 문제와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알아봤다. 
 

성별 간 연금 불평등, 원인은 가입 기간 부족과 임금 격차 

여성은 왜 남성보다 노후소득 보장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가. 한국에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약 3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다. 연금 수급권(이하 수급권)은 발생 기원과 형태, 유지 조건에 따라 개별적 수급권과 파생적 수급권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공적연금 제도*는 경제활동에 의해 적용 대상과 수급권을 결정해 유급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여성들은 개별적 수급권을 취득하기 어렵다. 

파생적 수급권은 소득 활동을 담당하는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전업주부로 가사 활동을 담당해 독자적인 수급권을 확보할 수 없는 여성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하지만 최근 이혼 여성과 별거 여성의 수가 늘어 결혼생활을 전제로 피보험자의 피부양자로서 얻을 수 있는 파생적 수급권만으로는 노후를 보장받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자 수와 수급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성별 간 가입 기간의 격차는 여전하다. 수급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비례하기에 가입 기간 격차는 곧 수급액 격차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다미 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0년대 후반의 여성은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아 가입 기회가 부족했지만 IMF 이후에는 서구와 비교해도 낮지 않은 참여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출생코호트**에 한해 최소 5년만 가입해도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노령연금을 적용했지만 여전히 여성의 수급액은 생계 유지를 위한 최저수준에 미달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 ‘연금다운’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최소 2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국민연금공단의 「가입기간별 남녀 수급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남성 노인은 72만 8900명인 반면 여성 노인은 12만 5천명이었다. 지난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연금 수급 및 수급률」에 따르면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중 남성은 약 239만 5천명을 차지했으나 여성은 약 181만 9천명뿐이다. 

성별 간 임금 격차도 연금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직급 안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임금이 낮았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1년 주요 기업의 남녀 고용 비율 및 임금 격차」에 따르면 남녀 전체 평균 연봉이 약 8700만원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직급에 따라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률이 각각 63%, 81%, 53%였다. 임원급 이상의 남성이 평균 연봉 2억 3천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평균 1억 5천만원을 받았다. 과장급 이상의 남성이 평균 연봉 94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평균 7600만원을 받았다. 과장급 미만의 남성이 평균 연봉 88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평균 4700만원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일하던 시기에 받던 월 소득의 42.5%를 월 수령액으로 지급한다. 임금 격차가 연금 격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연구원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성별 임금 격차는 결국 연금 격차로 이어진다”며 “소득 비례적 성격이 내재된 공적연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재생산한다”고 연금 격차가 불평등의 한 종류임을 강조했다. 

여성을 위한 출산크레딧, 혜택은 남성에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다미 연구원은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이 중단된다”며 “이에 따라 수급을 위한 가입 기간이 충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하나로서 반드시 본인이 기여해야 가입이 인정된다. 경력단절로 사업장 가입 또는 지역 가입이 어려운 경우 임의 가입을 하지 않는 이상 노동을 하지 않는 동안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2008년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 가입자의 노령연금 수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출산크레딧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산크레딧 제도는 남성 수급자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6월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수급 현황」에 따르면 출산크레딧 수급자 가운데 남성은 약 4천 600명으로 약 97%를 차지했으나 여성은 약 2%에 불과했다. 

출산크레딧의 수급 자격은 부모 모두에게 적용되나 부모가 합의하면 부 또는 모가 단독으로 크레딧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여성의 경우 크레딧 기간을 적용하더라도 수급권 확보가 어렵거나 가입 기간이 짧다고 판단되면 이미 안정적으로 가입 이력을 확보한 남성 배우자에게 크레딧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남성과 여성의 가입 기간의 현저한 차이로 수급권의 격차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아이를 낳고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 연령에 이르러야 출산크레딧의 혜택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노후 연금을 위해 마련된 제도의 제정 목적에 모순된다. 남편에게 추가 가입 기간을 모두 산입하고 이혼하는 경우에는 가입 기간과 배분 방식의 재조정이 불가해 여성은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출산크레딧은 중복 수혜도 불가하다.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을 수령하면 출산크레딧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출산크레딧의 보완책으로 양육크레딧이 제시된다. 돌봄 제공자에게 추가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양육크레딧 제도는 이미 서구 복지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독일의 경우 자녀 한 명당 3년의 양육크레딧을 인정한다. 연금 수급 자격을 얻기 위한 보험료 납입 기간이 5년이기에 자녀를 2명 양육하면 수급권을 획득할 수 있다. 스웨덴은 자녀당 4년을 적용하며 재원 또한 정부가 100% 지원하고 있다. 

연금에서 나아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권리 보장해야

연금의 주요 목표는 빈곤 예방과 은퇴 후 적절한 소득 유지다. 이다미 연구원은 “연금은 사회적 자원의 배분 기조 중 하나로 △근로계층과 노령계층 △현 세대와 미래세대 △저소득계층과 고소득계층 △여성과 남성 간에 연금을 통한 자원배분이 합리적이고 적절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수급 부재는 곧 노후 소득의 부재로 이어져 빈곤 노출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문제는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이다미 연구원은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생계유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빈곤율이 특히 높은 여성 노인 가구주의 국민연금 수급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유발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준영 교수는 “직장 내에서 여성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며 “가부장적 문화로부터 벗어나 여성의 출산과 양육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출산 이후 아이 양육을 위해 3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기로 결심한 박유빈(29) 씨는 “맞벌이 부부라 평소에 아이를 잘 챙겨줄 수가 없다”며 “아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이 막막해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직장어린이집 제도는 이러한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근로자 육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직장 내에서 직장어린이집과 직장보육센터 운영을 더욱 확대해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여성의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자녀의 심리적 안정감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다미 연구원은 “남녀 육아휴직 확대 등 고용의 영역에서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연금 격차로 인한 남성과 여성의 노후 빈곤율 격차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에 대한 이해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제도의 마련이 요구된다.


*공적연금제도: 국가 차원에서 개인의 노후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출생코호트: 5년 혹은 1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의 집단을 일컫는 말
***완전노령연금: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했을 때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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