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는 ‘컴과 라운지 공지 내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공과대학 학생회 ‘새로’는 정보기술관 라운지에 민원이 발생했다며 △음료 이외의 음식물은 반입 금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화는 소곤소곤 △퇴실 시 좌석 정돈 및 짐 잘 챙기기를 공지했다. 학우들은 “라운지는 원래 대화하는 공간 아닌가요?”, “이제 어디서 팀플하냐” 등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 정보기술관 1층에 위치한 학생라운지
▲ 정보기술관 1층에 위치한 학생라운지

코로나19 이후 가중된 혼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대학 내 모든 라운지는 운영이 잠정 중지됐다. 지난해 대면 수업이 다시 진행되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라운지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수칙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운영이 재개됐다. 당시 새롭게 생긴 규정이 모든 음식 섭취 금지와 담소 금지였다. 지난해 4월 거리두기 수칙이 풀리자 기존 규정은 사라지고 자유로운 대화와 음료 섭취가 허용됐다. 

그러나 라운지 내 대화의 기준이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정도’로 모호하게 안내되며 문제를 야기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공간관리에 관한 규정』 제3조에도 우리대학 내 라운지는 교육기본시설에 포함되기에 ‘이용 학우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만 기재돼 있다.

3개의 라운지(법학관 3층 알티라운지, 학생회관 1층 라운지, 21세기관 1층 학생 라운지) 및 휴게실(학생회관 휴게실)을 관리하는 학생과 담당자는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규정을 잘 지키고 민원도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제재할 사항이 없어 라운지 관리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라운지에 적용되는 규정 외의 운영수칙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세부 운영수칙은 해당 건물의 관리 담당자가 지정하는 것이기에 라운지마다 상이하지만 건물 내부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명시되지 않은 데다 라운지마다 상이한 기준에 학우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박연수(경영 22) 씨는 “선배, 동기들과 함께 라운지에서 가벼운 간식을 먹으려고 했지만 간식 섭취 여부에 대해 서로 알고 있는 기준이 달라 난감했다”고 말했다. 정기관 라운지에서 발생한 민원도 단순 대화로 인해 발생한 소음은 아니었다. 새로는 “당시 라운지를 이용 중이던 학생들이 너무 소란스럽게 떠들며 배달 음식을 먹는 걸 지나가시던 교수님께서 보시고 행정실에 연락하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남은 건 조용한 분위기

법학관 3층 알티라운지의 경우 지난 2019년까지 파리바게뜨가 운영됐다. 파리바게뜨 옆은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팀 프로젝트를 하며 빵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현재 알티라운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바뀌었다. 

알티라운지에 있는 대부분의 학우가 공부하고 있어 대화조차 하기 힘든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조장현(경영 21) 씨는 “팀플을 하러 갈 때마다 조용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알티라운지 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정보기술관도 마찬가지다. 1층 라운지는 소파와 책상이 비치돼 있고 공간이 1층 홀과 구분되지 않아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독서실과 유사한 모습으로 리모델링 돼 조용히 공부만 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지하 1층 라운지도 과거 1층 라운지와 비슷한 분위기로 배달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지만 스터디 카페처럼 완전히 공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B(전전컴 19) 씨는 “예전에는 라운지가 자유로운 공간이었기에 친구들과 편히 쉬며 공강이 길 때도 버틸 수 있었다”며 “요즘은 편안한 분위기가 감소해 학생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줄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현재 우리대학 내 학생 라운지는 휴게실을 포함해 총 17개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 만남의 장소’를 의미하는 라운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건물 리모델링 등을 통해 교내 라운지 수가 늘고 있는 지금, 라운지가 본래의 의미를 되찾고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공간이 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정희 수습기자 
dkdlfls091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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